“[팩트체크] ‘게임중독’ MBC 100분 토론의 4가지 거짓” “WHO ‘게임 이용 장애’ 공식 질병 인정,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법학박사가 말하는 WHO ‘게임 이용 장애’ 국내 도입의 문제점 5가지” “진짜 연구자가 없는 게임 이용 장애 찬반 토론에 대한 아쉬움”

게임 전문매체 ‘디스이즈게임’의 최근 기사다. ‘디스이즈게임’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WHO의 결정을 계기로 별도 섹션을 마련해 관련 사안을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검증하고 해설하고 있다.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를 지난달 30일 서울 소재 디스이즈게임 사무실에서 만났다. 임 대표는 ‘게임 질병’ 논란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인 맥락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디스이즈게임'  특별 섹션 갈무리.
▲ '디스이즈게임' 특별 섹션 갈무리.

 

-이번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나.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를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와 학부모 단체가 나선 결과다. 반면 이번 이슈는 보건복지부와 일부 정신의학계와 관련이 있어 배경 자체가 다르다. 학부모들은 셧다운제를 지지하지만 자녀가 질병에 걸렸다고 여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임 질병 논란의 기원은 무엇인가.
“2012년 정신과 의사 출신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다.비슷한 시기 일부 정신의학계를 중심으로 ‘중독포럼’을 발족한다. 이 포럼은 한국을 중독 국가로 규정하고 도박, 알콜, 마약과 더불어 인터넷(게임)을 4대 중독이라고 하며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어젠다를 내세운다. 이어 2013년 4월 신의진 의원이 ‘4대 중독법’을 발의했고,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는 게임을 4대악으로 규정했다.”

▲ '중독포럼'의 주장을 인용한 조선일보 기사.
▲ '중독포럼'의 주장을 인용한 조선일보 기사.

 

-정신의학계가 게임 중독 이슈를 부각한 이유는.
“정황들이 있다. 중독포럼 핵심 멤버들이 있는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4대 중독법안을 ‘숙원사업’이라고 칭하며 학회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4대 중독 입법의 핵심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중독관리위원회 설치다. 예방, 치료 연구인력 양성을 하면 정신의학계에 이익이 되고 지지부진했던 지방의 중독 관련 센터사업에도 힘이 붙게 된다는 거다.”

-이번 결정에 한국이 영향을 미쳤나.
“‘4대 중독법’은 전병헌, 남경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그래서 논의가 끝난 줄 알았는데 2014년 보건복지부가 정신의학계를 지원하며 게임 질병 관련 연구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난다. 정부와 국회가 막히니 다른 방법이 필요했고,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WHO가 돌파구가 됐다고 본다. 실제 한국과 중국에서 게임 중독 연구가 가장 활발했고, 한국과 중국 연구진이 WHO에 적극 의견을 개진했다.”

-WHO의 이번 결정에 대한 생각은.
“근거가 취약하다고 본다. 기자들이 취재 중인 사안이기도 한데 이번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중독’을 ‘게임 중독’으로 치환한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의문이 든다. 스마트폰 중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같은 문제제기는 2017년 영국과 미국 연구자들이 WHO에 보낸 서한에도 나타난다. 게임 중독 논문을 검토해보니 근거가 취약하고,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을 담고 있다.”

▲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 사진=디스이즈게임 제공.
▲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 사진=디스이즈게임 제공.

 

디스이즈게임이 국내외 게임 연구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임의적인 잣대로 위험군을 평가하고 △게임 과몰입의 기준이 제각각이고 △671개 논문 가운데 게임 이름을 1개 이상 구체적으로 제시한 논문이 8.2%에 불과할 정도로 이해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게임 자체는 ‘질병’이 아니고, 지나친 몰입이 치료대상이라는 게 WHO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현상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왜 소셜미디어, 쇼핑 등에도 같은 요소가 있는데 게임만 적용하는지 의문스럽다는 거다. 정의준 건국대 교수가 청소년 2000명을 5년 동안 관찰한 논문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 게임 과몰입을 겪던 이들의 절반 이상이 자연스럽게 돌아왔고, 사회경제적 환경이 바뀌면 돌아왔다. 질병 코드의 적절성을 따지려면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WHO 권고를 국내에서 수용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나.
“2025년부터 도입이 가능한데, 취재해보니 그때 도입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질병 코드’가 있으니 의사가 환자를 볼 때 게임 관련 병명을 기재할 수 있다. 가장 두려운 건 낙인효과다. 일반인들은 게임 이용 장애를 섬세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 게임 자체를 중독물질이라고 볼 확률이 높다. 그동안 미디어가 그렇게 만들어놨다.”

-게임 문제를 정치사회 현안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취재하게 된 배경은.
“게임 생태계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기에 후회 없이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임 매체가 처한 환경이 좋지 않아 이런 이슈가 나올 때 대응하는 역량이 부족해졌다고 본다. 하지만 게임 매체가 잘 할 수 있는 이슈다. 과거에는 이런 이슈가 있을 때 기자 한두명이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집단적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취재하고 있다. 어느 매체나 선배들이 역량을 키우면 후배들도 받아들이게 된다. 게임 소식을 전하고 리뷰를 쓰는 것 외의 취재를 할 수 있다. 근육을 안 쓰면 늘지 않는 것과 같다.”

-독자들 반응은 어떤가.
“‘디스이즈게임이 빡쳤구나’라는 독자 반응이 기억난다. 대댓글은 이랬다. ‘빡칠만도 하지’. 사람들은 다루는 주제를 중심으로 매체를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고 본다.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