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북한 오보 “안 쓰는 것도 용기”
걸핏하면 북한 오보 “안 쓰는 것도 용기”
조선일보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 오보 논란…“확인할 수 없는 사실 성급하게 보도”, “남북 언론 교류 확대돼야”

조선일보의 5월31일자 1면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 기사가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이후 외신들은 김혁철 북한 국무위 대미 특별대표 총살설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노역형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되자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조선일보는 여전히 해당 보도가 오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김영철 오보’? 조선일보 기자 “노역형 받아도 등장할 수 있어”)

외신들은 조선일보 북한 보도를 지적하며 과거에도 북한 보도에서 오보를 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월31일자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2013년 현송월이라는 북한 예술가가 음란 동영상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공개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적어도 그 이야기의 일부는 나중에 명백하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썼다. 

▲조선일보 5월31일 1면.
▲조선일보 5월31일 1면.

 

BBC 역시 31일 “2013년 조선일보는 현송월이 ‘그녀의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관총 사격으로 총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현송월은 매우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방북단을 이끌고 서울에 들어왔다”고 언급했다. BBC는 2016년 리용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비리로 처형됐다고 보도됐다가 몇 달 후 모습을 드러낸 사례를 들면서 “북한 내부의 소식통들은 종종 기자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지만, 우리의 가장 골치 아픈 자산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들의 주장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과 미국의 정보당국은 김혁철씨의 운명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이 직접 발표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관련기사: North Korea execution reports - why we should be cautious)

미국 CNN은 4일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김혁철 특별대표는 현재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북 보도에서 대형 오보가 반복된 게 사실이다. 현송월 오보 외에도 1986년 11월16일 조선일보는 1면에 김일성 주석이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돈다며 오보를 냈다. 1994년 2월15일 경향신문은 “북한이 이미 핵폭탄을 제조했으며 아프리카에서 실험까지 마쳤다”며 러시아 안보전략연구소 고문 블라디미르 쿠마초프의 발언을 보도했지만 오보로 확인됐다. 2013년 4월4일 연합뉴스는 “북,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에 ‘10일까지 전원 철수’ 통보”라는 오보를 냈다. 2014년 9월 김정은 위원장이 40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자 평양 계엄령 선포설, 정신병설, 김여정 대리통치설 등 다양한 오보가 쏟아졌다. 2015년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국정원이 인민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다고 보도한 내용을 언론이 보도했는데 결국 이것도 오보였다.

▲2013년 8월29일자. 조선일보 6면.
▲2013년 8월29일자. 조선일보 6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점검단이 2018년 1월21일 서울 장충체육관을 방문해 환영하는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점검단이 2018년 1월21일 서울 장충체육관을 방문해 환영하는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왜 이렇게 오보가 반복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 체제의 폐쇄적 특징과 남북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꼽는다. 오보를 내기 쉬운 구조인데다, 일부 언론이 반북 감정을 가지고 오보를 반복한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실 확인이 쉽도록 남북교류가 활발해지고, 잘못된 보도를 반복하는 매체나 기자에게 뉴스 수용자의 적극적 제재가 필요하는 의견도 나왔다.

정일용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은 “일부 언론의 대북 적대감이 심각하다. ‘반북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라며 “이들은 북한을 정상적 ‘국가’라고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니 항상 비정상으로 해석한다. 확인이 어려운 사실이 있다면 쓰지 말아야 하는데 적대적 감정으로 무리한 보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이 안 된다면 안 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소장은 이번 논란에서 언론이 오보를 그대로 받아 적지 않은 긍적적 현상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조선일보가 ‘김혁철 총살, 김영철 노역형’ 보도를 1면에 냈을 때 대부분 언론이 이를 따라가지 않았다”라며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식이 통한 것 같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언론은 조선일보 보도는 거의 받아쓰지 않았지만 4일 CNN의 ‘김혁철이 살아있다’는 보도는 받아 적었다. 이와 관련해 정 소장은 “평양지국이 있는 외신이 있다. 오히려 한국보다 교류가 활발하다고 볼 수 있어 신뢰감을 보인 것은 아닌가 싶다”며 “오보를 줄이려면 정부가 북쪽을 적극 설득해 교류를 늘려 사실 확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은 “북한 보도에서 오보가 잦은 이유는 우선 북측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절된 상황과 북을 적대시하는 보수언론의 프레임 때문”이라며 “일부 언론은 분단 시대의 냉전적 사고의식을 끌어와 반북 프레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관 국장은 “북한 사회와 접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 북한 언론 제한을 해지하는 등의 대안이 있을 수 있다”며 “나아가 반북 프레임을 반복해 비상식적 오보를 반복하는 매체나 기자는 비합리적인 집단으로 규정하고, 독자들이 자정작용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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