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는 인정했다. 그러나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들의 부실수사 의혹은 모두 ‘혐의없음’으로 끝났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권력층의 집단 특수강간 사건의 결말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4일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및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단은 “김학의를 윤중천과 사업가 C로부터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윤중천을 여성 A에 대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과거 검찰 수사팀의 부실 내지 봐주기 수사 등 의혹에는 공소시효 문제로 직무유기 혐의에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고, 검찰 내·외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 등 직권남용 혐의의 수사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으로 2013년 최초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서면조사 1회만 실시하고 불기소처분했다. 

앞서 수사단은 지난 3월 검찰과거사위로부터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관련 수사권고를 받고 발족했다. 수사단은 김학의 7회, 윤중천 13회 등 모두 58명을 상대로 120회 관련자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과거 검찰 수사와 관련 전·현직 검사 8명을 12회 조사하고, 자료 확보를 위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대상으로 컴퓨터 등을 압수 수색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검찰 관계자의 혐의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 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 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수사단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학의씨는 △2006년 9월경부터 2007년 11월경 사이 원주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6회에 걸쳐 피해여성 A씨와 성관계를 함으로써 윤중천으로부터 성접대 등 액수불상 향응을 제공받고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12월까지 원주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7회에 걸쳐 윤중천으로부터 성명불상 여성들을 동원한 성접대 등 액수불상 향응을 제공받고 △2008년 10월 경 윤중천으로부터 향후 형사사건 발생 시 직무상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 

윤씨의 경우 A씨를 상대로 지속적인 폭행·협박, 성관계 영상 등으로 억압한 뒤 3회에 걸쳐 강간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수사단은 김학의씨의 강간 공범 여부를 두고“피해여성 A는 김학의가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은 없고 윤중천이 평소 김학의를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김학의에게 자신이 폭행·협박으로 성관계에 응해야 한다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2007년 11월13일자 성관계 등 사진은 김학의의 폭행·협박 사실에 대한 직접증거가 될 수 없고, 윤중천은 구속 이후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김학의의 강간행위와 그 고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 냈다. 

2013년 수사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선 “당시 첩보수집 및 수사 담당 경찰들은 청와대 관계자 등 외부로부터 질책이나 부당한 요구, 지시, 간섭 등을 받은 사실이 일체 없었다고 진술하는 등 수사외압을 인정할 만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힌 뒤 “검찰 수사팀도 검찰 내부 및 청와대 등 외부로부터 부당한 지시나 간섭 등을 받은 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시회 유력인사에 대한 윤중천씨의 성접대 등 향응 제공 의혹에 대해선 “윤중천이 고위 공무원, 유명 병원 의사, 건설업체 대표, 호텔 대표 등 총 10여명에게 성접대 또는 향응을 제공한 사실은 관련자 등 진술에 의해 일부 확인되었으나 제공행위가 2006년~2012년 1월 이뤄져 구성 가능한 범죄혐의의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돼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 YTN 보도화면 갈무리.
▲ YTN 보도화면 갈무리.

이번 수사결과를 두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만 기소했을 뿐, ‘검사는 무혐의’라는 셀프 면죄부로 점철되어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김학의 사건에 전직 검찰총장 등 고위 검찰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연루되어 있고, 그동안 검찰이 이러한 범죄를 고의적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오늘의 중간수사결과는 검찰조직과 전현직 검사들을 비호하기 위한 꼬리자르기”라며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어 “김학의가 직접 폭행, 협박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성폭행으로 보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동영상이 폭로되면서 알려진 이번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이 권력층에 의한 집단 특수강간 의혹임에도 이 부분에 대해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윤중천에게만 강간등치상 혐의로 기소한 것은 꼬리자르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같은 날 “검찰이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성접대’로 축소했다. 권력형 성폭력에 유린당한 피해여성들이 단순히 범죄자들의 접대부로 전락했다. 이 모든 추악한 범죄들을 은폐하고 무마한 박근혜 청와대는 무혐의라고 한다.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 KBS 보도화면 갈무리.
▲ KBS 보도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수사결과도, 오늘의 수사결과도 결국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수준임은 매한가지다. 검찰은 언제까지 신뢰 회복의 기회들을 스스로 차버릴 것인지 답답하다”며 “때늦은 검찰 발 사법개혁의 목소리와 의견들이 국민의 마음에 가닿지 못하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금 확인하는 오늘”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사단은 “규모를 축소해 윤중천, 김학의에 대한 잔여사건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학의 사건 등을 가리켜 “검·경의 명운을 걸라”며 엄정수사를 지시했지만 수사결과가 ‘제식구 감싸기’,‘꼬리 자르기’로 끝나며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이어서 검찰개혁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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