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대기자가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폭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판했다.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는 4일자 칼럼(“국민은 바보가 아니다”)에서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지난달 초 3급 국가기밀인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주미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고교 후배로부터 입수해 폭로했다”며 “기밀 누설 파문이 일자 ‘한국 패싱’, ‘구걸 외교’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변명했지만, 그의 기자회견 발언이나 보도자료 어디에도 그런 뉘앙스로 비칠 만한 대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배 대기자는 강 의원의 폭로를 ‘사익’과 연결시켰다. 그는 “그가 위법 논란을 무릅쓰고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굳이 폭로하는 무리수를 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대구 달서병) 공천을 확보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개인적 욕심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4일자 중앙일보 배명복 칼럼.
▲ 4일자 중앙일보 배명복 칼럼.

배 대기자는 “공천을 따낼 경우 그는 ‘진박’의 적자(嫡子)인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지역구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며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면 그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해석했다.

이어 배 대기자는 “그(강효상)는 ‘개인적으로 참고만 하겠다’고 후배를 속여 기밀을 빼냈다. 그걸 믿고 누설한 후배는 공무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파면이란 중징계를 당했다”며 “뿐만 아니라 한국은 정상 간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는 믿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한미 간 신뢰 관계에 구정물을 뿌렸다”고 비판했다. 

배 대기자는 “강 의원은 사익을 위해 전도유망한 후배의 앞길을 망치고, 그토록 중시하는 한·미 관계를 스스로 훼손했다. 그런 강 의원을 감싸는 한국당은 당리당략을 위해 국익을 팽개쳤다는 지탄을 면키 어렵다”고 비판했다. “공격을 하더라도 최소한 말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 자유가 만개한 상황에서 언론 탄압과 좌파독재 운운하는 한국당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고 한국당에 일침을 가했다.

반면 강 의원이 언론인 시절 편집국장 등을 지낸 조선일보의 논조는 중앙일보와 차이가 크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같은 날 ‘김대중 칼럼’에서 “야당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 공세로 나가겠다는 정부·여당의 의도는 ‘강효상 기밀 누설 고발’로 두드러진다. 강 의원의 행위가 기밀 누설이냐 아니냐는 별개로 치고 대통령까지 나설 일은 아니다”라며 도리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대중 칼럼을 공유한 뒤 “오늘 아침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께서 칼럼으로 지적하신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하지만 일부 칼럼니스트들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한미 외교의 실상을 공개한 저에 대해 인격적 매도를 서슴치 않고 있다. ‘속였다’느니, ‘영혼을 팔았다’느니, ‘취재원 보호를 내던졌다’느니 하며, 일방적 주장을 마치 사실인 양 전제하고 저를 맹비난했다”고 주장했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도연 기자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도연 기자

강 의원은 “주장과 사실을 구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이라며 “하지만 이들은 당사자인 본 의원에게는 어떠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제멋대로 저의 인격을 말살하고 소설을 써 내려 갔다. ‘개인적 욕심’이고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저의 진의를 왜곡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가 언급한 ‘개인적 욕심’, ‘노이즈 마케팅’ 표현은 배명복 칼럼에 등장한다. 

강 의원은 “저는 이들에게 그동안 한미동맹의 난맥상을 어떻게 비판해왔는지, 현 정권의 공직 사회 탄압과 언론장악에 어떤 입장인지 묻는다”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 이번 사태가 미치는 해악성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 지도 묻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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