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뉴스수용자들은 당파적 의견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주류 언론의 권위는 떨어졌고, 그 자리는 유튜브가 넘보고 있다. 유튜브는 뉴스와 가짜뉴스가 섞인 블랙홀이다. 이 공간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만났다. ‘TV홍카콜라’ 진행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알릴레오’ 진행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3일 2시간 40여분 간 대담을 이어갔다. 정치적 확증편향을 유도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장벽’을 벗겨낸 첫 시도다. 

영상의 파괴력은 예상만큼 상당하다. TV홍카콜라에서 올린 ‘홍카레오 1·2부’는 오후 3시30분 현재 조회수 74만 회를 기록했다. 노무현재단에서 올린 ‘접속 홍카×레오 전반전·후반전’ 편은 오후 3시30분 현재 조회수 111만 회를 기록했다. 이날 두 사람은 △보수진보 △한반도안보 △리더 △패스트트랙 △정치 △민생경제 △양극화 △갈등과 분열 △뉴스메이커 △노동개혁이란 10가지 키워드를 놓고 대본 없이 자유 토론했다. 

▲ '홍카×레오'의 한 장면.
▲ '홍카×레오'의 한 장면.

유시민 이사장은 홍카콜라 구독자를 향해 “알릴레오·홍카콜라 구독자 모두 편식은 몸에 해롭다. 주식이 있더라도 가끔 별식을 하시면 좋을 것 같다. 따로 드시러 가면 불편하니까 한 상에 만들었다. 괜찮다면 열 번 홍카콜라 보시다가 한 번 정도 알릴레오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대담이 끝날 즈음 “유 장관이 이 정도로 유연한 자세일 줄 몰랐다. 내공이 깊어졌다”며 유 이사장에게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가 유 이사장을 향해 “옛날에는 아주 강성이었다”고 말하자 유 이사장은 “한나라당에서 노무현 대통령 하도 괴롭혀서 저도 열 받아서 그랬다”고 받아쳤고, 그러자 홍 전 대표는 “그때는 (우리가) 괴롭혔다”고 인정했다. 홍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털끝만치도 없다. 우리가 참 힘들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질게 했는데, 그 벌로 우리가 일방적으로 모질게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대담은 민감한 주제가 나와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진행됐다. 기존 TV토론에서 보였던 날 선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서로 상대를 위해 한 발자국씩 여지를 남겨놓는 모습이었다. 예컨대 유시민 이사장이 자유한국당의 “좌파독재” 발언에 서운함을 드러내자 홍준표 전 대표가 “좌파독재라는 말은 부적절하다. 좌파 광풍 시대다”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또는 북핵 이슈와 관련해 홍 전 대표가 ‘핵 균형’을 주장하며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자 유 이사장이 “홍 대표 주장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면서 반론을 이어가는 식이었다. 

▲ '홍카레오'의 한 장면.
▲ '홍카레오'의 한 장면.

유시민 이사장은 “노무현 10주기 추모문화제에서 태극기집회 하는 분들이 광장에서 불과 5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완전히 적대적 내용의 연설을 하는데 (서로) 말로만 주고받았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홍카×레오’ 같은 결과물로 서로의 간극을 이해하는 시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앞서 ‘홍카×레오’는 유시민 이사장 쪽에서 먼저 제안했다.

이날 양쪽은 서로의 주장을 펼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보수가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보고 박정희 대통령을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게 한 인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를 말도 못 하게 탄압했다는 점은 시원하게 인정하고 털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대통령 중 말년이 행복했던 분은 김대중 대통령 한 분밖에 없었다. 그렇게 핍박을 당했어도 자기 집권기에 정치보복을 안 해서”라며 “문 대통령도 나중에 안전할까”라며 정치보복 중단을 주장했다. 

논쟁은 주로 홍 전 대표가 주장하면 유 이사장이 받아치는 식이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민주노총과 공동정권이다. 공동정권이 되니까 기업이 투자를 안 한다”며 “민주노총 횡포를 제압하지 않고는 나라를 살릴 수 없다. 민주노총이 한국에서 가장 강한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시민 이사장은 “노동자 100명 중 노조 조직률은 10명이 안 된다. 그중 민주노총은 반이 안 된다.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만든 억압과 편법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한 뒤 “노조는 밖에서 보기에 지나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이 오직 노조의 문제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노조 때문에 경제가 망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안을) 확대 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거법 개혁과 관련해선 홍 전 대표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 합의한 야당들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유 이사장이 홍 전 대표를 압도했다. 유 이사장은 “좋은 정치는 주관적으로 규정된다. 이 조건에서 좋은 정치는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있는 그대로 반영되고 실현되는 것이며 좋은 선거제도는 이런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시민들의 정치적 욕구는 다양해지는데, 정치는 두 개의 거대정당으로 쪼개져 집권하면 집권당, 지면 제1야당, 평생 망할 일이 없다”고 꼬집으며 “정당과 정책 노선 지지가 어느 정도는 국회의원 점유비율로 가는 게 좋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IMF 이후 경제가 최악”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한 홍 전 대표에게는 “정부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빨리빨리 성과가 나오려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써야 한다. 추경도 6조7천억인데 너무 적다. 워낙에 보수언론이나 야당에서 거세게 대들고 있어서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여정부 때 성장지표 좋았고 분배가 나빠졌다. 지금도 부의 양극화가 심하다. 부동산 거머쥔 사람이 임대료로 소작을 주는 상황이다. 이럴 때는 평등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각종 분야에서 말문이 막힐 때마다 “유 장관 말솜씨가 현란하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웃으며 넘어갔다. 이날 두 사람은 ‘홍카×레오’ 속편에 대해선 여운을 남겼다. 한편 방송 이후 ‘무삭제’ 편집이라는 애초 합의 취지와 달리, TV홍카콜라 측에서 민주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부분 등을 편집해 올린 사실이 드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TV홍카콜라 측이 삭제한 대목 중 하나는 “민주당 지지층은 정치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홍 전 대표의 발언이었다. 

▲ '홍카레오' 방송을 인용보도한 KBS뉴스화면 갈무리.
▲ '홍카레오' 방송을 인용보도한 KBS뉴스화면 갈무리.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이벤트를 두고 “기성 매체의 의제설정 기능과 의제선점 및 주도 기능이 위협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했다. 정 교수는 “대안 매체 공간에서 ‘100분 토론’ 이상의 관심을 받고 화제가 되는 이벤트가 시도되었고, 특별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상당한 효과를 이끌어냈다. 심지어 기성 매체가 이걸 받아서 쫓아가는 현상까지 일어났다”며 “해당 공간에서 담론을 이끄는 핵심 인물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기성 매체와 신생 매체 사이의 역전을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심이동 과정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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