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한국노총이 지난 3일 오후 5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다수 매체는 3~4일 파업으로 건설현장에 대란이 벌어졌고, 조합원들은 주로 대형 타워크레인에 오르는데 소형 타워크레인이 늘어나자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대형 크레인 노동자들의 고액연봉을 언급한 ‘귀족노조’ 프레임 기사도 있었다. 
 
매일경제는 4일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파업 건설현장 100여곳 ‘마비’”, ‘건설업계 “2300대 크레인멈춰 현장 초토화”’ 등의 기사에서 “정부가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상황에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며 파업 때문에 “피해는 건설현장을 맡고 있는 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민주노총이 소형크레인을 왜 반대하는지를 알리는 기사에서 “건설업계에 따르면 크레인 조종사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 연 1억원 내외의 수입을 올린다”며 “크레인은 보기보다 드론처럼 무인화가 쉬운 장비, 대형 크레인을 소형 크레인으로 대체 가능한 10층 내외 규모의 중소형 빌딩을 지을 때 소형 크레인을 많이 쓰는 추세”라는 건설업계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서울 신길동 아이파크 공사현장에 설치한 크레인 세개 중 오른쪽이 소형 타워크레인. 나머지 두개는 대형 타워크레인. 사진=장슬기 기자
▲서울 신길동 아이파크 공사현장에 설치한 크레인 세개 중 오른쪽이 소형 타워크레인. 나머지 두개는 대형 타워크레인. 사진=장슬기 기자
▲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파업으로 건설현장 대란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대다수다.
▲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파업으로 건설현장 대란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대다수다.

그 외에도 노조를 비판하는 건설사나 국토교통부발 기사가 쏟아지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4일 서울 신길동 현대건설 아이파크 공사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위험한 노동환경과 파업 이유 등을 설명했다. 최동주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국토부가 소형크레인을 장려하면서 불량장비 점검, 도면 점검, 소형크레인의 위험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고 질의응답 역시 ‘밥그릇 싸움’ 관련 질문이 많았다. 소형크레인이 늘면서 대형크레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최동주 위원장은 “일자리가 줄어든 건 건설경기 때문도 있다”며 “더 중요한 건 소형크레인은 땅에서 일해 시야가 제한적이라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안전문제를 강조했다. 

최 위원장 발언 이후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소속 황아무개 조합원이 발언했는데 이후에도 대형크레인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이어졌다. 조합원 황씨는 “일자리 잠식된 건 사실이지만 우리는 소형타워 현장에도 들어가고 있다”며 “우린 안전한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파업하는)2300명이 나 같은 마음일 텐데 아침에 사지 멀쩡하게 출근하듯 안전한 몸으로 퇴근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대형크레인은 국가자격증을 딴 뒤 실습을 거친다. 현장투입까지 통상 1~3년이 걸린다. 반면 소형크레인은 자격증이 없어도 안전교육 20시간만 받으면 가능하다. 대형크레인은 숙련노동자들이 크레인 위에 있는 조종석에서 시야를 확보한 뒤 자재를 옮기지만 소형크레인은 미숙련 노동자들이 땅에서 하늘을 보고 자재를 옮긴다. 크레인으로 무거운 자재를 건설현장 상공 안팎으로 옮기다보면 노동자 뿐 아니라 길 가던 시민의 안전도 위험하다는 게 건설노조 쪽 설명이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조합원은 미디어오늘에 “우리는 자격증이 있어서 대형·소형 다 일한다”며 “일자리가 진짜 중요한 게 아니다. 조종석이 하늘에 있어도 위험한데 땅에서 위를 보고 조종하면 얼마나 위험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4일 “노조에 가입된 전문 조종사가 아니라, 업체 직원이 교육을 받고 소형 크레인을 조종하는 것이 현장 운영이나 인건비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보도했다. 

소형크레인은 왜 위험할까. 업계에서는 ‘(외국에서) 1억을 주면 1억짜리 크레인을 만들어주고 2억을 주면 2억짜리 크레인을 만들어준다’는 말까지 나돈다. 그만큼 크레인 제조업체가 난립하는데 정부 규제가 허술하다는 뜻이다. 조합원 황씨는 “중국 고물장비를 짜깁기해서 만들거나 불량제품으로 소형크레인을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심지어 제조업체를 찾아가면 공장이 없는 곳도 있다”며 “국토부는 관리능력이나 해결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타워크레인분과)가 4일 서울 신길동 아이파크 건설현장 앞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타워크레인분과)가 4일 서울 신길동 아이파크 건설현장 앞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국토부는 2017년 11월 타워크레인 20년 연식제한을 규제방안으로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3일 국토부가 지난해 발표한 ‘타워크레인 안전관리체계 이행력 강화 연구’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를 보면 내구연한이 7.9년~39.1년으로 나와있다. 경실련은 “내구연한 20년 넘는 크레인은 대부분 유럽산·국산 장비”라며 “이런 장비들을 20년만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외화 낭비이자 자원 낭비”라고 지적했다. 반면 내구연한이 7.9년인 크레인을 20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역시 잘못된 규제라는 지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4일 오전 7시 기준 노조가 고공농성 중인 타워크레인은 1600여대(경찰추산)이고 노조 추산 2300여대(민주노총 1500·한국노총 800)다. 약 70m 상공에 오른 수많은 노동자의 요구는 위험천만한 소형크레인에 대한 높이와 짚 길이를 규제하고 소형크레인도 조종석을 설치해 시야를 확보하자는 것. 

최 위원장에 따르면 노조는 3일 국토부 건설정책국 관계자와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단계적으로 안전대책을 만들겠다’ 정도의 말만 되풀이해 해결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즉각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국토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파업을 지속한다”고 했고, 국토부 관계자는 4일 “크레인 안전관리에 노력하고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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