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9억의 책임감
3369억의 책임감
[미디어현장] 최승현 뉴스앤조이 기자 

“극동방송이 그렇게 커요?” 며칠 전 한 대형 교회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뜬금없이 극동방송 이야기가 나왔다. 교계 사정에 밝은 그 역시 극동방송의 자산이 3369억원이나 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자산 3369억원, 당기순이익 348억원이라는 자료(2017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원 단위가 잘못된 줄 알았다. 라디오 방송사가 지상파 3사의 뒤를 잇는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을까. 2017년 당기순이익이 EBS(169억), SBS(140억)를 합친 것보다 높은 업계 2위라는 사실도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전두환 신군부 시절 이래로 역대 보수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김 목사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후원을 많이 한다고 해도, 그런 점만으로는 3369억원이라는 액수를 설명하기 어렵다. 더구나 극동방송은 상업 광고 매출 비중도 타사에 비해 극히 낮다. 

결국 종교적인 요소를 빼고 설명할 수가 없다. 거칠게 말하면 헌금이다. 2016년 2월부터 2018년말까지 신규 후원자(극동방송은 이를 ‘전파 선교사’라고 부른다)는 10만명에 육박했다. 2000년 김장환 목사가 쓴 자서전에는 전파 선교사가 1만 2000명이고 이들의 헌금은 2억7000만원 정도라니, 이 기록과 비교해 보면 매달 엄청난 헌금이 극동방송에 몰린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극동방송이 안테나를 하나 설치하려 하거나, 새 지사 개국처럼 큰돈이 들어갈 때마다 교인들은 적극 동참했다. ‘선교’라는 대의명분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상수동 사옥 건립이다. 수신료 폐지 운동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방송사가 있는 시대에, 방송사옥 건축비 400억원을 전액 교인들의 헌금으로 충당한 것이다. 여러 취재원이 전한 “김장환 목사는 빚내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은 이러한 교인들이 있어 성립될 수 있었다.

비단 거액의 헌금뿐 아니라, 시트 비닐도 뜯지 않은 스타렉스를 여수까지 끌고 와 방송사 주차장에 놓고 떠나는 사람이나 헌금이 없어 말린 고추를 보낸 할머니까지, 극동방송이 소개하는 감동적인 사례는 많다. 그만큼 극동방송은 기독교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헌금이란 신앙의 진실성을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헌금은 경제성을 거스르는 행위다. 내것을 아무 대가 없이 남에게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사’함으로 신을 위해 바치니 성스럽기까지 하다. 후원 교인들 역시, 이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 없는 방송사이지만 ‘북방선교’, ‘지역복음화’ 같은 신앙적 가치가 실현되기를 바라며 기꺼이 동참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취재하면서 많은 사람이 극동방송에 실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극동방송이 정작 모금에만 급급할 뿐 사회적 상식이나 공익성과는 거리가 먼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부인의 지지 호소 생중계를 내보내는 등 지금까지 정치적 우경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레바논이 이슬람 국가가 됐다는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출연자들에게 출연료를 주지 않는 ‘무보수’ 관행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 최승현 뉴스앤조이 기자
▲ 최승현 뉴스앤조이 기자

사랑은 책임감과 비례한다. 취재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교회를 섬긴 교인들일수록 더 크게 실망하고 배신감에 휩싸이는 경우를 많이 접했다.

극동방송 역시 한국 개신교의 공공재로서 지녀야 할 책임감이 크다. 계속해서 가짜 뉴스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콘텐츠들을 전파하고, 통일 선교를 명분으로 ‘사내 유보금’을 쌓으며 후원만 요청한다면 실망하는 교인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부디 극동방송이 그 책임감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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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6-08 15:46:30
극동방송도 통일 선교라는 명분으로 기업처럼 사내유보금만 쌓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