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5월31일자 1면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 기사가 오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기사를 쓴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는 오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기자는 북한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실패 이후 총살을 당하고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혁명화 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지난 3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참석한 사진을 공개해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기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해당 기사는 오보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기자는 탈북민 출신 언론인으로 지난해 10월 통일부가 김 기자의 남북회담 취재를 불허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미디어오늘의 일문일답이다. 

▲조선일보 5월31일자 보도.
▲조선일보 5월31일자 보도.

 

- 5월31일 조선일보 1면 보도가 오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입장은.
“여러 곳에서 확인하고 쓴 기사다. 기사를 쓰기 전 여러 곳에서 확인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북한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에서 처형을 의미하는 문구가 나와 기사로 쓴 것이다. 이미 취재원 여러 명에게 크로스체크가 된 보도다. 노동신문이 ‘앞에서는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딴 꿈을 꾸는 동상이몽은 수령에 대한 도덕과 의리를 저버린 반당적, 반혁명적 행위’, ‘이런 자들은 혁명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등의 문구를 썼다. 조선중앙TV에서도 특정 문구를 내보냈다. 이러한 문구는 장성택을 처형할 때도 썼다. 함부로 쓰지 않는 문구다. 노역형과 처형 모두 오보가 아니고 크로스체크를 마쳤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협상팀에 관한 전체적 문책이 있었다.” 

- BBC 등 외신에서는 해당 기사가 익명의 취재원에 의지해 쓴 기사이고 신중하지 못했던 기사라고 지적했다.  
“한 명을 취재한 게 아니다. 취재원 여러 명을 통해 확인했다. 외신에서 내 기사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외 나에게 확인 전화를 한 기자가 없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는 여러 명의 취재원에게 듣고 썼다고 설명해줬다. 그 외의 기사는 확인 전화 없이 쓰인 것이다.” 

- 김영철이 노역형에 처해진 것이 아니라 병에 걸렸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노역형을 당하는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 석상에 나타날 수 있는가? 
“취재원으로부터 노역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와병설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 북한에서는 상황에 따라 감옥에 간 사람을 다시 꺼내 매체에 등장시키기도 한다. 현재 대미 협상이 추진 중인데 자신들이 김영철을 노역형에 처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인권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 논란을 희석하려고 김영철을 다시 매체에 등장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김혁철이나 김영철 건은 오보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김영철은 ‘강제노역형’인데 실무자인 김혁철은 ‘총살’이다.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김영철은 김정은 위원장이 굉장히 아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김혁철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김혁철은 실무를 맡았던 사람으로, 문책을 위해 심한 처벌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 기자 보도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적지 않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3월에 처형됐다는 김혁철이 지난 4월13일 목격됐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는 점, 하노이 회담 책임자 김영철이 노역형을 받고 김혁철이 처형을 당했다는 사실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었다. 

정 본부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북한 체제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구체적 정보 접근이 어렵다. 일부 기자들의 과도한 특종 욕심 때문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보도하는 관행이 있다”며 “확인이 어려워 오보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다보니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런 식의 보도는 김정은 위원장을 오로지 공포 정치에만 의존하는 비합리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북한과의 대외 협상이나 관계 개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문희 시사IN 한반도 담당 선임기자는 통화에서 “북한에 관한 정보가 폐쇄적이고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김혁철 처형과 같은 큰 사안은 크로스체크가 되지 않기 어렵다”며 “알만한 취재원 여러 명에게 확인해봤지만 모두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남 기자는 “김영철 역시 ‘강제노역’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다. 김영철은 하노이회담 실패 이후 ‘죽을 죄를 지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고, 실무에서 배제된 것 같지만 인신에 위해를 가하는 식의 처벌을 받은 것 같지 않다”며 “북한 내부 정치는 굉장히 고도로 정치적이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잘못했다고 해서 바로 총살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노역형이라면 북한 내부의 법적 근거를 갖고 행해진 일인데, 형을 살던 사람을 김정은 위원장이 나타나는 공식 석상에 다시 앉힌다는 건 유의미한 주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김영철이 앉은 자리는 고위직들만 앉는 자리다. 권력이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처형이나 노역형을 쓰려면 상당한 근거를 가져야 한다. 북한 내부가 하노이 회담 이후 평가를 하고 그에 따르는 인사 조처가 이뤄졌을 수 있지만 처형이나 노역형은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비상식적 객체로 바라보니 이런 식의 엉뚱한 해명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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