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32년전 발생한 KAL858기 폭파와 승객 전원 실종 사건을 대선에 유리하게 조성하려고 작성한 이른바 ‘무지개공작’ 문건과 관련, 비공개로 분류한 ‘김현희 등의 체포 경위와 행적’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3일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 4부(재판장 이승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무지개공작 문건 비공개 부분을 모두 공개하라고 청구한 정보공개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비공개 부분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무지개공작 문건은 지난 2006년 국정원 진실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부를 공개했으나 김현희 등의 체포경위와 체포전 행적, 해외언론 대응 등 민감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지난해 1월2일 가족을 대표해 나머지 부분의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으나 같은해 9월14일 패소했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1심 재판부가 내린 무지개공작 문건 정보의 정보비공개결정 처분 중 무지개공작 문건의 제2의 가~라항 및 제3의 바항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제2’는 ‘하치야 신이치와 마유미(김현희)’이며 가~라는 각각 가-체포 경위, 나-체포 전 행적, 다-실존 인물 ‘하치야 신이치’의 진술, 라-관련 인물들 신상정보이다. 3은 대응 및 홍보방향이며, 3의 바는 해외 홍보 방향이다. 재판부는 이번에 이 5개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항목이 비공개정보라는 국정원과 1심 주장을 두고 이 문건은 안기부가 여객기 폭파 사건을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 아래 작성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안기부가 수집한 여객기 폭파 사건범인들의 체포 경위 및 체포 전 행적에 관한 정보와 이들의 신분 위장과 관련한 것이며 해외 홍보에 관한 방침의 경우 대부분 이미 언론 등을 통하여 공개되었거나 원론적인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정보가 국가안전보장, 즉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유지 등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 작성한 정보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9년 3월11일 부산 벡스코에서 1987년 KAL 858기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온 김현희씨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3월11일 부산 벡스코에서 1987년 KAL 858기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온 김현희씨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또 안기부가 수집한 ‘하치야 신이치’와 ‘하치야 마유미’의 체포경위 및 체포 전 행적에 관한 정보 등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어 비공개’라는 국정원 주장을 두고 “내용과 그 구체성 및 중요성의 정도, 정보 취득 경위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고, 문건 작성이후 30년이 지났다며 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기밀유지가 필요하다고 볼 만한 내용도 없다”며 “공개해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정보에 관련 인물들의 신상 정보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두고 재판부는 “그 내용은 관련 인물들의 이름 또는 나이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것만으로는 구체적인 식별이 용이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30년 넘는 시간이 경과해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현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 홍보방향이 담긴 문건 3의 바항이 비공개라는 국정원과 1심 재판부 판결을 두고 항소심 재판부는 “국제기구 및 북한 동맹국들에 대한 협조요청 방안에 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안기부(국정원) 내부의 원론적인 홍보방침에 불과하고, 협조요청에 따른 해외의 반응 등이 기재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30년 넘게 경과한 정보여서 타국과의 외교관계에 부정적인 영향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문건의 해당 정보를 비공개 결정한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KAL 858 사건 범인이라 스스로 주장해온 김현희씨 사진 모음. ⓒ연합뉴스
▲KAL 858 사건 범인이라 스스로 주장해온 김현희씨 사진 모음. ⓒ연합뉴스

아래는 국정원 진실위가 지난 2006년 공개했던 무지개 공작 문건.

<대한 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

1. 목적

11. 29. 버마 상공에서 폭파 실종된 대한 항공 여객기 사건이 북괴의 테러 공작임을 폭로, 북괴 만행을 전 세계에 규탄하여 북괴를 위축시키고 국민들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고취함으로써 가능한 대선사업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

(1쪽 중간부터 3쪽 중간까지 비공개 처리)

2. (전부 비공개)

3. (가~나, 마 비공개)

다. 폭로 시기 및 방법

(1) 12. 5.경 외무부 장관 명의로 “북괴가 사건 배후에 게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진행 사항 중간발표, 국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도록 유도

※ 1차 발표 문안은 수사 진행 상황 종합, 추후 작성

(2) 12. 5. 이후 일본, 바레인 및 아국 수사 상황과 북괴 반응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선택, 12. 16. 이전 수사 중간 결과 발표

※ 단, 필요시 수시 발표 고려

라. 국내 홍보 방향

(1) 금번 사건은 북괴가 아국의 대통령 선거 및 ‘88 서울올림픽 방해를 위해 자행한 사건으로 북괴가 또 다른 만행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 폭로

(2) 일부 국내 좌경 용공 사상의 대두와 오염이 국가 안보에 크게 저해됨을 국민들이 인식토록 촉구

(3) 일부 후보들이 집권욕에 어두워 우리의 안보 현실을 망각, 위험한 통일론 전개 및 좌

별지1

이 사건 문건 중 공개된 부분 경 용공분자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음을 규탄

(4) 북괴의 또 다른 만행 및 오판 방지를 위해 국내 안정이 절실함을 인식시킴

마. 대북 홍보 방향
(1) 금번 테러 사건을 전 세계와 아국에 대해 사과토록 요구하며, 북괴의 호전적 태도 위축
(2) 또 다른 테러행위 자행 시 모든 사태의 책임이 북괴에 있음을 지적,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정부대변인이 경고
(3) 테러의 즉각적인 중지 및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대화 호응 등 북괴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
(4) 탑승 희생자의 유가족을 포함한 국민 각계의 대북 규탄 집회, 성명 및 논설 등 수단 총동원, 북괴 규탄 분위기 확산.

(5쪽 비공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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