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개정됐다. 치솟은 집값과 전월세 폭등으로 세입자들이 길거리에 내몰리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1990년 앞뒤로 세입자들의 자살은 끊이지 않았다.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주택임대차보호법은 그대로다.

무주택자 주거실태를 개선하려면 임대인과 임차인 간 이해관계 대립이 아니라 주거권 보장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거권네트워크‧민달팽이유니온 등 18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홍근 의원실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무주택자의 날을 맞아 토론회를 열었다.

▲주거권네트워크‧민달팽이유니온 등 18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홍근 의원실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무주택자의 날을 맞아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주거권네트워크‧민달팽이유니온 등 18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홍근 의원실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무주택자의 날을 맞아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무주택자 보호의 핵심으로는 임대기간과 임대료 규제가 꼽힌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이 적극 계약갱신을 요구할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인상률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상 현행법이 정한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임대인이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임차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떠나야 한다. 그 결과 한국은 세입자들의 평균 거주기간이 극도로 짧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세입자 가구는 평균 3.4년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경우가 40.6%에 달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무주택자의 주거권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며 법개정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대진 변호사(민생경제위원회)는 이날 “국제사회는 이미 이해갈등이 아닌 주거권 관점에서 국내 무주택자 주거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며 “UN 사회권규약위원회와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총 3차례에 걸쳐 주거비 규제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임대차 계약갱신권을 부여하라고 거듭 권고했다”고 말했다.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정책국장은 “요사이 금융매거진과 경제매체들이 많은데, 시장경제 논리를 들어 주거권이 ‘돈을 내고 누려야 할 권리’라고 주장한다. 반면 임대인에 대한 규제는 재산권 침해라고 표현한다. 1대1 계약이라고 표현하면 마치 민주적 거래처럼 느껴지지만, 확실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공이 나서서 국민의 주거권이라는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경서 정책국장은 “정부가 청년 대상으로 하는 주거대책을 수없이 내놓고 있지만, 세입자 권리보호라는 곪아가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해결될 리 만무하다”고도 덧붙였다.

▲3일 오후 ‘주택임대차보호법 정체 30년, 세입자권리 이대로 좋은가’에 참가한 유기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오른쪽)과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정책국장. 사진=김예리 기자
▲3일 오후 ‘주택임대차보호법 정체 30년, 세입자권리 이대로 좋은가’에 참가한 유기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오른쪽)과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정책국장. 사진=김예리 기자

토론 패널로 참가한 서울시 주택정책과 송호재 과장도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청구’할 권리가 아니라 ‘갱신’할 권리 자체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거권 보장을 바탕으로 한다면 용어도 갱신청구권이 아니라 ‘갱신권’으로 고쳐야 한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특별한 하자 없는 한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유기현 실행위원은 “2년 전에 똑같은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던 기억이 난다”며 “지금도 전혀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똑같은 이야길 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가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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