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사고 피해자를 애도하는 한 장의 사진이 진위 여부가 불확실하고 과도하게 설정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현지에 급파된 연합뉴스는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이모 어디세요. 빨리 돌아와 주세요. 이모를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요. 꼭 돌아와 주세요”라고 적힌 편지가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었다. 다뉴브강의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연합뉴스는 관련 사진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 한 피해자 가족이 이모를 기다리며 적어둔 편지”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설명만 보면 피해자 가족이 편지를 들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

하지만 현지 복수의 기자들은 연합뉴스 기자가 편지를 발견해 직접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손에 들고 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전했다.

▲ 지난 5월 31일자 연합뉴스 사진. 관련 사진은 연합뉴스 소속 기자가 편지글을 들고 강을 배경에 놓고 찍었다.
▲ 지난 5월 31일자 연합뉴스 사진. 관련 사진은 연합뉴스 소속 기자가 편지글을 들고 강을 배경에 놓고 찍었다.

헝가리 현지의 사고 추모 장소는 강변과 머르기트 다리 밑, 다리 난간이다. “이모 돌아오세요”고 적힌 편지글은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다. 외신 EPA는 편지글이 촛불대에 고정돼 머르기트 다리 난간 위에 놓여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연합뉴스 사진을 보면 다리 난간 위에 고정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손에 들고 강을 배경으로 연출해서 찍은 것이다. 현지 사진 기자들 사이에선 과도한 설정 탓에 보도사진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 측은 “현지에서 사진을 찍은 기자가 다리 위 난간의 문양 사이로 놓여있던 꽃들 사이로 종이 쪽지가 꽂혀 있어서 그걸 펴보니 편지가 나와서 손에 들고 사진을 찍고 난 다음에 다시 접어서 넣어뒀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 조선일보 1일자 1면 사진 보도 내용. 사진 속 편지글을 들고 있는 손은 연합뉴스 기자의 손인데 피해자 가족의 손이라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1일자 1면 사진 보도 내용. 사진 속 편지글을 들고 있는 손은 연합뉴스 기자의 손인데 피해자 가족의 손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진은 조선일보가 게재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 해당 사진을 연합뉴스에서 받아 1면 사진 기사로 보도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전혀 다른 내용의 설명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 31일(현지 시각) 도착한 한 피해자 가족이, 피해자의 조카가 써 보낸 편지를 들고 있다. 편지 속 조카는 ‘이모를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요. 꼭 돌아와 주세요’라고 적으며 이모의 귀환을 바랐다”고 썼다. 사진 속 편지를 든 손이 피해자 가족 손이라는 얘기다. 연합뉴스 기자의 손이 피해자 가족 손으로 둔갑했다.

연합뉴스는 관련 사진 설명을 보고, 조선일보에 잘못된 설명이라고 통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 기사는 3일 오전까지도 수정되지 않았다. 반면 경향신문은 같은 날짜인 지난 1일 1면에 같은 연합사진을 실고, 원문 그대로 쓴 설명글을 달았다.

연합뉴스가 피해자 가족이 편지를 들고 있는 것처럼 오해할만한 과도한 연출사진을 찍어 올리자 조선일보가 사진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해 사실을 왜곡한 셈이다.

“이모 돌아오세요”라고 적힌 편지글을 실종자 가족의 조카가 썼다라는 것도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현지 복수의 기자들은 관련 편지글이 연합뉴스에 보도되자 피해자 가족들이 다리 위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던 시점이었는데 어떻게 저런 편지글이 있을 수 있느냐고 의문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수정 :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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