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지난달 31일 자사 노동자들의 저지를 피해 기습 변경한 장소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법인분할을 승인하는 과정에 우리사주조합장의 주주권 행사를 적극 거부한 정황이 공개됐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울산 동구)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이 당일 시간과 장소를 바꿔 주총을 속전속결로 끝내며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에게 변경 사실에 대한 답변을 피했고, 이동수단 제공도 ‘쇼’였으며, 사측 용역은 주주 입장을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임시주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소와 시간을 11시10분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바꿔 열고 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측은 10시35분께 한마음회관 앞을 지키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주총장 변경 사실을 통지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우리사주를 통해 현대중공업 주식의 3.15%(220만주)를 가지고 있다.

문대성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총 당일 아침부터 사측 실무담당자에게 장소 변경에 관해 수차례 전화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하지 않았다. 오전 8시34분 단 1차례 연결된 통화에선 ‘그냥 한다’ ‘끊겠다’며 얼버무렸다. 이후엔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대성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주총 당일 아침부터 사측 실무담당자에게 장소 변경에 관해 수차례 전화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문대성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주총 당일 아침부터 사측 실무담당자에게 장소 변경에 관해 수차례 전화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문대성 우리사주조합장은 이어 “뒤늦게 주총장 변경 사실을 알고, 회사 정문에 주총장으로 이동하는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갔다. 소액주주들이 탄 버스에 저도 올라탔지만, 출발하지 않아 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옆에 있던 동료 차를 타고 새 주총장으로 달려가던 도중 ‘주총 안건이 날치기 통과됐다’는 얘길 들었다. 황당했다”며 “심지어 제 위임장을 받아가 먼저 주총장에 도착한 이들도 경찰이 막아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근로자복지기본법 46조와 동법 시행령 28조를 보면, 우리사주조합장은 임시주총장에 참석해 조합원의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상법은 최소 2주 전에 주주들에게 사전에 주총 일시와 장소를 공지하도록 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정관도 2주 간 모든 주주에게 주총 일시와 장소를 공개하도록 정했다”고 밝혔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언론에는 법인분할 안건이 통과됐다고 나오지만 통과하지 못했다고 본다. 적법성을 갖추지 못해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법률원장은 “당초 예정된 10시 이후에 주총장 변경을 공지했을 뿐 아니라, 이전부터 주총장 변경을 준비하면서도 뒤늦게 공지했다. 공지 시각인 10시35분 이전부터 울산대 체육관에서 경찰과 사측 관계자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울산 동구)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총 무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용욱 기자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울산 동구)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총 무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용욱 기자

그밖에도 송 법률원장은 △사측이 작은 피켓과 확성기 하나로 변경 사실을 공지해 현장에 있던 대다수 주주가 듣지 못했고 △주총장은 시작 시간까지 이동이 불가능한 위치였으며 △도착한 주주들도 경찰과 경비용역이 물리력으로 막았다며 주주권 행사 침해라고 지적했다. 송 법률원장은 “결국 어떤 주주는 회사와 보조를 맞춰 이미 주총장에 가 착석했고, 어떤 주주는 물리적으로 참석이 불가능한 시간에 통지받아 도착도 못했다. 절차 하자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현대중공업 주총의 위법성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과 효력정치 가처분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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