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에 동석한 김현경 MBC 기자를 ‘친북 인사’로 규정했지만 정작 북한은 2013년 김 기자를 “모략질에 이골이 난 자”라고 맹비난했다. 김 기자는 MBC 통일방송추진단장으로 북한 전문 기자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013년 10월28일 “괴뢰보수언론의 나팔수, 매문가들은 명심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8개 매체 소속 기자들 실명을 거론해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악질’, ‘인간쓰레기’, ‘반동’, ‘망동’ 등 표현으로 기자를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른바 기자, 전문가, 교수, 박사의 탈을 쓴 악질극우분자들이 거짓과 허위로 일관된 모략물을 밥 먹듯이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자들의 원고를 가지고 출연하는 방송원나부랭이들까지 상전의 눈 밖에 날새라 광기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현경 MBC 기자.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김현경 MBC 기자.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2013년 10월28일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게재된 글.
▲ 2013년 10월28일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게재된 글.

우리민족끼리는 “특히 방송원 것들은 몸짓과 손짓, 그럴듯한 흉내를 내며 대본 내용의 반동성과 궤변을 가리우고 사람들의 심리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김 기자를 ‘모략질에 이골이 난 자’로 규정하고 비난했다. 

이례적 기자 실명 비판이 근거 없는 비방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지만 국내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북한 뉴스를 보도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박건식 MBC 시사교양1부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관련 보도를 공유하고 “2013년에는 북한이 ‘괴뢰보수언론의 나팔수’, ‘모략질에 이골이 난 자’라고 하고 2019년에는 역으로 자유한국당이 친북인사라고 하니 대한민국에서 북한 전문 기자를 한다는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서훈 국정원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자리에 저도 함께 했다”며 “이 자리는 양원장의 귀국 인사를 겸한 지인들의 만남 자리였다. 외국 생활하면서 느꼈던 소회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총선 관련 이야기가 오갔느냐’는 것이었다”며 “총선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들 만남을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김현경 기자는 친북인사 아닌가. 친북 인사와 북한통 서훈 원장, 여권 실세 양 원장의 회동은 신북풍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좌파정권 100년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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