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0여명으로 시작했던 퍼레이드가 올해는 7만여명 참가란 역대 최대 기록을 찍는 등 서울퀴어문화축제가 화려한 20주년 막을 내렸다.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선 ‘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이란 주제로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오전 11시께부터 시작된 축제는 오후 4시20분 메인행사 퀴어퍼레이드로 이어지며 축제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축제는 작가이자 방송인 은하선씨와 퀴어 콘텐츠 제작자 이열씨 사회로 시작됐다. 무대를 제외한 서울광장 3면은 80여개 축제 부스가 둘러싸 배지, 팔찌 등 성소수자 인권 존중을 말하는 구호가 적힌 굿즈를 팔았다.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축제 20돌을 기념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이렇게 조금씩 나간 발걸음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당당하게 살길 요구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달라 시민으로서 요구해나가자”고 밝혔다.

참가자 유목민씨는 “퀴어축제가 계속 커질거라 예상은 했다”며 “‘우리도 당신(이성애자)과 다르지 않다. 같은 인간임을,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말하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유목민씨는 2004년부터 매년 서울퀴어축제에 나온 15년차 참가자다.

그가 기억하는 초기 축제는 지금처럼 규모가 크지 않았다. 2000년 ‘무지개2000’이란 이름으로 열린 퀴어퍼레이드 행렬 인원은 50명이었다. 2004년도 대동소이했다. 지난해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 6만여명, 올해는 7만여명이다.

처음 축제에 온 14살 이아무개 양은 “정당한 권리를 위해 앞으로 더 잘 싸워나가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17살 고등학생 오아무개씨는 함께 퀴어축제에 놀러 갈 친구들을 작년부터 모아 올해 처음 참가했다. 오씨는 친구 5명과 함께 “같은 인간을 서로 혐오하고 살지 말자”고 말했다.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아래)도 모습을 보였다. 사진=손가영 기자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아래)도 모습을 보였다. 사진=손가영 기자
▲대한불교종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고금스님이 퀴어축제에 참가해 참가자들에게 부채를 나눠줬다. 사진=손가영 기자
▲대한불교종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고금스님이 퀴어축제에 참가해 참가자들에게 부채를 나눠줬다. 사진=손가영 기자

종교인들 참가도 늘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3년 전부터 해마다 참가한다. 축제현장에서 ‘차별없는 세상, 우리가 부처님’ 부채를 나누던 고금스님은 “부처님도 예수님도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삶을 살지를 말한다”며 “스님도 어떻게 보면 소수자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연대한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과 주한 대사관들은 부스 설치로 연대했다. 71번 부스 ‘텐가코리아’, 73번 ‘구글코리아’, 74번 ‘러쉬코리아’ 등이 나란히 부스를 세웠다. 서울도서관 정문 앞쪽엔 캐나다·프랑스·벨기에·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뉴질랜드·호주 등 9개 국가 주한 대사관 부스가 나란히 설치됐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7년부터 3년째 참가 중이다.

구글코리아 깃발을 들고 선 노아무개씨는 “회사에서 20~30명은 왔는데 모두 축제 취지에 공감해서 나왔다”며 “직원 1명이 6년 전부터 축제에 참여하며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를 지지하는 게 회사 분위기다. 구글은 띵동(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등 여러 개 단체를 후원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체육계 성폭력·폭력 근절을 위한 공대위’ 소속 활동가가 ‘메달보다 인권’ 구호가 쓰인 수건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체육계 성폭력·폭력 근절을 위한 공대위’ 소속 활동가가 ‘메달보다 인권’ 구호가 쓰인 수건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서울광장 맞은 편에선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집회신고를 내고 퀴어문화축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손가영 기자
▲ 서울광장 맞은 편에선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집회신고를 내고 퀴어문화축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손가영 기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를 들렀다. 편한 사복 차림에 무지개 배지를 착용한 금 의원은 “조금이라도 (인권운동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왔다”며 “더불어민주당 청년들도 축제 참가자를 모집해 지금 여기 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퍼레이드 행렬을 이끈 트럭은 총 11대로 역대 최대 규모다. 50m 길이 대형 무지개 깃발이 선두로 섰고 ‘차별금지법 제정’ 피켓을 붙인 트럭이 뒤를 이었다. 2여시간 동안 소공로, 남대문로, 을지로입구사거리를 지나 광화문을 도착해 세종대로 사거리를 타고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퍼레이드를 마치고 돌아온 참가자들은 1시간 가량 마무리 공연을 즐겼다. 성소수자 풍물패 ‘바람소리로 담근술’, 댄스그룹 ‘큐캔디’, 랩 그룹 ‘2LP’ 등이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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