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발을 뗀 사회부 프로젝트가 4년 넘게 이어질 거라곤 아무도 예상 못했다. 구독자가 8000명까지 늘거나 ‘주 5회’ 편성으로 제작 전담팀이 생긴 것도 예상 밖이다. 팟캐스트란 새로운 플랫폼과 청취자와 상호소통이란 매력에 끌려 기자들이 짬을 내 만들던 프로그램은 지난 3월14일 처음으로 애플 아이튠즈 인기차트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 일명 ‘듣똑라’다.

듣똑라는 자가발전해왔다. 지난 1월 개편이 상징적이다. 주 1~3회 편성이 주 5회로 대폭 늘면서 구독자도 2배 가까이 늘었다. 팟빵 구독자는 1월 3000여명에서 6700명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도 5000여명에서 8400명으로 늘었다. 원동력이 무엇일까. 미디어오늘은 지난 29일 저녁 서울 서교동 ‘팟빵홀’에서 열린 듣똑라 공개방송에서 제작진 김효은(35) 중앙일보 기자, 이지상(35) 기자, 홍상지(32) 기자를 만났다.

▲지난 5월29일 서울 서교동 '팟빵홀'에서 열린 듣똑라 공개방송 현장. 왼쪽부터 중앙일보 김효은 기자, 이지상 기자, 홍상지 기자.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5월29일 서울 서교동 '팟빵홀'에서 열린 듣똑라 공개방송 현장. 왼쪽부터 중앙일보 김효은 기자, 이지상 기자, 홍상지 기자.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5월29일 서울 서교동 '팟빵홀'에서 듣똑라 공개방송이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5월29일 서울 서교동 '팟빵홀'에서 듣똑라 공개방송이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날 초대 손님은 ‘왈이의 마음단련장’ 노영은·김지언 공동대표. 왈이의 마음단련장은 호흡·명상·미술 등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을 단련하는 스타트업이다. 노 대표는 “쉽게 말해 ‘마음헬스장’으로 몸을 단련하듯 마음도 아프기 전에 미리 예방하자는 취지로 일상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했다.

객석은 금세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다수가 2030세대 청년들이었는데 ‘마음단련’ 단어만 듣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학원 알바하며 학생들 고민을 들어줬는데 감당하기 힘든 내용의 상담이 많아 어느 순간 내가 무너졌다”, “업무 중 변수가 많아 그걸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괴로움이 크다.”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고민이 질문으로 이어졌다.

“밀레니얼의 시사친구, 듣똑라”란 타이틀도 이런 고민의 흔적이다. 제작진이 올해 시즌2를 시작하며 붙인 이름으로, 밀레니얼은 2030세대 청년, 시사친구는 청취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시사를 공부한다는 의미다. 김효은 기자는 밀레니얼을 “스스로 똑똑해지거나 더 나아지고 싶고, 앎에 두려움이 없고, 이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세대”라고 했다.

실제 콘텐츠도 청취자 관심사를 반영한다. 지난해 12월 “듣똑라 90년대생 습격 사건” 편은 ‘90년생이 온다’ 등의 책을 다루거나 90년대생 듣똑라 청취자 6명을 초대해 사회생활, 연애, 소비생활을 얘기했다. “혼자 살아보니 어때? 1인 가구 수다방”, “도련님, 이번 설엔 OO씨라 부를게요!”, “SKY캐슬 폭풍좌담회”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룬다.

‘친근함’은 듣똑라의 강점이다. 26살 청년 J씨는 “다른 시사 팟캐스트는 중년 남성들이 가르치는 느낌이 강한데 듣똑라는 동세대가 이야기를 편하게 건네는 느낌이 물씬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아무개씨(26)도 “구독자가 원하는 컨텐츠를 고민하는 과정이 다 느껴지고, 다양한 이슈를 친구처럼 편하게 풀어줘서 좋다”고 말했다.

‘여성’도 듣똑라 키워드다. 직장인 임아무개씨(26)는 “다른 팟캐스트와 다르게 게스트도 여성, 진행자도 모두 여성인 점이 특별하다”며 “감수성 느껴지는 대화 분위기가 좋아 다른 시사 팟캐스트는 듣지 않게 된다”고 했다. 듣똑라 진행자는 2017년부터 모두 여성 기자였다. 버닝썬과 정준영 불법촬영,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등 논란이 된 젠더 이슈도 빠짐없이 다뤘다.

지난 5개월 간 인터뷰 코너에 나온 게스트 모두 여성이다. 일하는 여성들 커뮤니티 ‘빌라 선샤인‘의 홍진아 대표, 이승희 ‘배달의 민족’ 마케터, 영화 극한직업을 쓴 배세영 시나리오 작가, 박소령 퍼블리 대표, 황정아 물리학자 등이다. 임씨는 “황정아 물리학자가 여성 과학자의 삶을 얘기할 때 진행하는 기자 셋이 다 울었는데 나도 같이 울면서 들었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했다. ‘젠더 이슈를 다뤄야 한다’는 의도없이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도 자연스럽게 관련 주제가 선정되고 여성 인터뷰이를 초청한다. 인터뷰이 선정 기준은 성별이 아닌 제작진이 ‘배우고 싶고 만나고 싶은 롤 모델’이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밀레니얼의 시사친구, 듣똑라' 채널 소개글 갈무리.
▲네이버 오디오클립 '밀레니얼의 시사친구, 듣똑라' 채널 소개글 갈무리.
▲지난 5월29일 서울 서교동 '팟빵홀'에서 듣똑라 공개방송이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5월29일 서울 서교동 '팟빵홀'에서 듣똑라 공개방송이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김효은·이지상·홍상지 기자는 “듣똑라는 1일 1배움”이라며 “청취자도 제작진도 함께 성장한다”고 했다. 취재기자일 땐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독자와 소통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새로운 실무능력도 매일 쌓는다. 이들은 대본, 기획, 섭외, 진행, 편집, 서비스 기획 등 모든 일을 직접 하는 “작가 겸 PD 겸 제작자 겸 홍보기획자”다.

‘지속가능성’은 고민이다. 중앙일보는 듣똑라 제작진을 뉴스랩 콘텐트팀에 배치해 제작을 지원한다.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듣똑라가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가지려면 수익과 비용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가 중요하다.

듣똑라는 2015년 중앙일보 기획 ‘청춘리포트’ 팀이 만든 팟캐스트 ‘청춘라디오’에서 시작됐다. 2030세대 문제나 사회 현안을 동세대에게 친근히 전달하는 채널이었다. 청춘리포트가 끝난 뒤에도 일부 기자는 자기 시간을 들여 제작을 이어갔다. 2017년 김효은·정선언·채윤경 기자가 ‘중앙일보 기자 언니들이 하는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로 시즌1을 열었고, 2019년부터 김효은·이지상·홍상지 기자가 ‘시즌2 듣똑라’를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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