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유가족 개인신상정보가 담긴 3장짜리 보고서가 SNS를 타고 언론사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행정안전부는 31일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수습 상황보고[06:00]’라는 제목의 내부 문서를 관련 정부 부처와 기관에 배포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통상 재난이 나면 관련 정부 부처 및 기관들과 사고 자료를 공유한다. 내부 공유용으로 만들어 둔 자료인데 누가 유출했나. 기자들에게는 내부 문서를 따로 배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한겨레 1면.
▲ 한겨레 1면.

언론사에 유출된 행안부 보고서는 총 3장이다. 첫 번째 장에는 피해 상황, 구조 진행 상황, 관계기관 조치사항, 행안부 조치사항, 향후 계획 등이 기록됐다. 두 번째 장은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탑승자 및 가족 명단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생존자와 현지 이동 가족, 국내 체류 가족들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가족관계 등이 적혀 있다.

유가족 개인정보를 담은 문서는 기자들 SNS 채팅방에 유출됐다. 이를 토대로 일부 언론사는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를 취재하는 일선기자들에게 유가족 접촉을 지시했다.

한 언론사 소속 A기자는 “내부 보고자료를 기자들이 받은 것 같다. 헝가리 취재팀끼리 공유했다. 기자들이 피해자 개개인을 접촉하려고 개인정보를 빼내는 게 무슨 공익성이 있냐”고 말했다. 한 언론사 소속 B기자도 “헝가리 취재팀이 언론사마다 꾸려졌는데, 상당히 많은 기자가 이 파일을 가지고 있다. 데스크 등이 유가족 취재를 지시한다. 지금 유가족 심정 묻는 게 어떤 보도가치가 있냐”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에는 △언론사와 제작책임자는 속보 경쟁에 치우쳐 현장 기자에게 무리한 취재나 제작을 요구함으로써 정확성을 소홀히 하도록 해서는 안 되고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도 자제한다 등이 규정돼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도 지난 30일 언론사에 ‘헝가리 유람선 사고 보도, 재난보도준칙 준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긴급 지침을 공유했다. 민실위는 “일부 매체에서는 온라인판 등을 통해 사고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보험금, 유언비어 등만을 부각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뉴스1과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한국경제, 세계일보, 아주경제 등은 여행자보험금을 알리는 보도를 했다. 이들은 관광객들이 ○○○ 여행자보험에 가입했으며, 사망 시 최대 1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썼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가족 생사 여부도 알지 못하는데 보험금 기사 내고 싶나” “보험금 얘기하지 말자” 등의 반응이 나왔다.

▲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를 보도하면서 보험금 관련 소식을 보도한 기사들.
▲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를 보도하면서 보험금 관련 소식을 보도한 기사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말 궁금한 게 있다면 유가족 대표와 소통하면 된다 .굳이 정부 부처가 내부공유용으로 만든 자료를 입수해 유가족 개개인에게 연락해 슬픔을 들춰내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해서는 책임 소재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유가족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인터뷰를 거부할 유가족들 권리가 침해당했다. 타사에서 유가족 관련 기사가 나간다면 일선 기자들이 윗선에서 오는 인터뷰 지시를 거부할 수 있겠나. 무리하게 인터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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