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한국인 승객 33명과 현지인 선원 2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한 지 이틀째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탔던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는 대형 크루즈선(바이킹시긴)에 추돌해 7초만에 침몰했다. 7명 구조, 7명 사망, 현지인 선원을 비롯한 21명은 실종 상태다.

헝가리 당국의 수색 및 구조 작업은 강한 비바람과 빠른 물살 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본부장으로 중앙대책본부를 꾸렸고, 강경화 장관은 현장 대응 지휘를 위해 30일 출국했다. 실종자 가족 10명도 이날 새벽 부다페스트로 출국했다. 30일 아침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1면 기사 등을 통해 해당 소식을 집중 전했다.

길이 27m, 최대 탑승인원 60명의 허블레아니호는 1949년 소련 헤르손 조선소가 만든 70년된 낡은 선박으로 1980년대 헝가리제 새 엔진을 장착했다. 지난 2003년 선박회사 파노라마 덱(panorama deck)이 인수한 뒤 야경 관광코스 운행에 사용됐다. 헝가리 국회의사당과 부다 왕궁 등 관광지를 지나 약 5km 떨어진 페퇴푀 다리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3시간 코스다. 야경을 즐기기 위해 밤에 유람선을 탑승하는 관광객이 많아,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필수 여행 코스 중 하나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누리꾼들은 SNS 등을 통해 탑승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일보: 정원 60명...소련시절 만든 70년 노후선박)

대부분 신문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현지 관광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다뉴브강에 길이 100m가 넘는 대형 유람선이 다수 도입되면서 기존의 작은 유람선 운항이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왔고 폭우가 쏟아졌지만 선사들은 유람선 운항을 강행했다. 유람선이 클수록 큰 물살을 만들어 작은 유람선에 영향을 미치지만 야간 운항에서는 작은 유람선이 큰 유람선의 시야 안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1년 반 전 이번 사고 지점에서 유람선과 호텔 크루즈선이 부딪쳐 1명이 부상한 사례도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큰일이 일어나야 위험한 운항 관습이 바뀔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는 운항업계 종사자 반응을 전했다.

▲ 31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 31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국민일보는 야간 유람선 사업에 많은 업체들이 우후죽순 뛰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과 더불어 승무원들 실수가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런 배들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하고 있어 자기 자신과 다른 배의 위치를 4m 오차로 파악할 수 있다”며 “사고 당시 날씨도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상대 선박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호르바트 임레 헝가리 해운조합 사무총장, MTI통신). 시속 12~15km를 낼 수 있는 바이킹 시긴호가 과속했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유럽 내륙의 선박사고는 감소하지만 선박통행이 늘어나면서 소형 유람선 사고는 증가세를 보인다. 한겨레는 ‘유럽 내륙항해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29일 한국인 33명을 태운 다뉴브강 유람선 전복 참사처럼 2013년 전체 653건의 사고 가운데 12.5%인 82건이 소형 유람선에서 발생했다”며 “유럽에선 내륙 크루즈에 대한 관심이 늘며 2017년 다뉴브강의 크루즈 선박의 통행은 15년 전보다 89%나 늘었고, 라인강에선 128%, 마인-다뉴브운하에선 292% 증가했다. 선박 통행이 늘어난만큼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 역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여행사가 여행객들 안전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해기사 출신인 고영일 해사 전문 변호사는 한국일보에 “선박 사고가 났을 때 따져야 할 부분이 배가 운항을 감당할 능력을 뜻하는 ‘감항력’”이라며 “여행사가 감항력이 떨어지는 노후 선박에 관광객들을 태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현지 취재결과 사고 당시 현지에 비가 계속 기상 상황이 온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좋은여행 측도 동유럽 패키지 상품 설명에 ‘3월 말과 5월 말에 다뉴브 강물이 범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필수 코스는 고객들이 원하면 감행할 수밖에 없는데다, 구명조끼 착용도 일일이 강제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여행사 관계자 의견을 전했다. 참좋은여행 측은 사고 당시 탑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구명보트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광고홍보부장은 “기본적으로 현지 가이드가 구명조끼를 착용하라고 공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에 구명조끼가 없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 31일자 중앙일보 8면 기사.
▲ 31일자 중앙일보 8면 기사.

중앙일보는 3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중 유일하게 기사 제목에 보험금 가입 액수를 명시했다. “헝가리 선박회사가 배상 책임...참좋은여행사는 ‘60억 보험 가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선박회사 간 과실 비율, 한국인 인솔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 국내 여행사와 선박회사의 손해배상 책임 전망 등을 다뤘다. 중앙일보 보도대로 유람선 선장이나 선원 등에 형사책임을 묻는 건 헝가리 수사기관 몫이다. 중앙일보는 한국인 인솔자와 여행사 측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과 더불어, 국내 여행사가 해외 선박회사와 별도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 등을 전했다.

‘사고를 낸 상대 선박회사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불편함 없이 처리하겠다’, ‘60억원 정도의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된 상태’라는 여행사 측 입장에 이어 “손해배상 소송에서 보험사가 과실 정도를 엄밀히 따져 배상액을 줄이고자 할 가능성도 있다. 탑승객들이 가입한 여행자보험에 따른 보험금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지급된다”고 했다. 포털에 송고된 이 기사 댓글란에는 “보험은 실종자가 사망인지 부상인지 확인돼야 그 다음에 논할 이야기 (...) 가이드 역시 사고를 당한 상태인데 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 “실종자가 19분이다 아직도 생사를 모르는데 돈얘기”라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언론이 사고 선박의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건 이해하지만 사고 수습도 안된 상황에서 보험액수부터 적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 31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 31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한편 사고 당일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 대처에는 “세월호 사건의 학습효과”가 작용했다는 평가(한국일보)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사고 관련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강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대본 구성 △피해자 가족과 연락 체계 유지 및 즉각 상황 공유 등을 내용으로 한 첫 긴급 지시를 내렸다. 정 실장 첫 보고의 정확한 시간과 횟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후 오찬 자리를 취소한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45분쯤 청와대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소방청 구조대 2개팀(12명)을 포함한 18명을 1차 신속대응팀으로 현지에 급파하고 △세월호 구조 유경험자 등으로 구성된 해군 해난구조대(7명), 해경 구조팀(6명), 국가위기관리센터 2명을 후속으로 파견할 것 등을 추가로 지시했다. 정부는 오후 1시부터 외교부, 국가정보원, 해군, 소방청 관계자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순차로 현지에 파견했다.

향후 실종자 구조와 사고 수습에 더불어 정부와 정치권이 여행사 관리와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위로의 인사와 함께 신속한 구조를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나선 건 바람직하다. 정부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뒷받침할 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 31일자 세계일보 사설.
▲ 31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 사설도 “올해 3000만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떠날 전망이다.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관광객 안전대책을 더욱 치밀하게 짜는 것이 급선무다. 여행사들에 대한 안전관리 점검·지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도 안전수칙을 철저히 인지하고 지켜야 한다. 더 이상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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