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날이 밝았다. 31일 오전 6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엔 밤을 지샌 현대중공업을 노동자들이 ‘자회사로 전락하는 법인분할 중단하라’는 구호가 적힌 파란 옷을 입고 경찰과 대치 중이다. 

▲ 31일 오전 6시 주주총회 저지를 위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밤을 지샌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31일 오전 6시 주주총회 저지를 위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밤을 지샌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30일 밤 9시께,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과 가족, 울산 주민 5000여명이 켠 핸드폰 플래시 불빛이 파도를 만들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는 이날 밤 주주총회장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참가하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가 끝난 뒤엔 밤사이 경찰 혹은 사측 경비대가 진입해 점거농성을 끌어내는 데 대비해 빗속에서 자리를 지켰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는 주총이 31일 예고된 한마음회관 앞에서 이날 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연대 참가하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는 30일 밤 이튿날 주총이 예고된 한마음회관 앞에서 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연대 참가하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는 주총이 31일 예고된 한마음회관 앞에서 이날 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연대 참가하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는 주총이 예고된 한마음회관 앞에서 30일 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연대 참가하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날 문화제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울산 주민들이 언론보도를 지탄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박설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조선일보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두고 폭도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저주를 퍼부으며 기업엔 천국, 노동자에겐 지옥인 세상을 만들려 부르짖는 조선일보같은 이들이야말로 폭도”라고 했다.

박설 활동가는 “조선일보는 사측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법인분할과 대우조선 인수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회사와 지역경제, 조선업, 노동자가 모두 산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가 점거 투쟁하니 연일 이 소식에 관심 갖는 전국 수많은 사람이 있다. 지역신문을 넘어 수많은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대한다”고 말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법인분할 반대 농성을 두고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해왔다. 그러나 열흘 전부터 줄곧 점거를 비롯한 농성에 참여해온 노동자의 소회는 달랐다. 20살 때부터 35년 간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로 일해왔다고 밝힌 유아무개씨는 “현장이란 신문 내용을 비교해 보면 이런 엉터리가 없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보호대도 하지 않은 비무장 상태였어요. 그런데 사측 경비대는 보호구를 찬 데다 내 키에 덩치는 이만 해. 그런데 조합원들만 보고 폭도들이라느니 하죠. 희한한 이야기예요.”

이날 문화제는 몸짓패 ‘선언’과 어쿠스틱밴드 ‘룬디마틴’, 가수 이해규와 박정호, 국악놀이패 ‘진혼’, 김소영밴드 등이 연대 공연했다. 문화제 곳곳에선 조합원과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참가해 어린이들이 음악에 장단 맞추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42곳 언론사에서 기자 120여명이 이날 집회를 취재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는 주총이 31일 예고된 한마음회관 앞에서 이날 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연대 참가하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는 주총이 예고된 한마음회관 앞에서 30일 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연대 참가하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문화제가 끝나고 1시간 뒤 주총장 인근에서 경찰이 움직임을 보여 현대중공업지부가 경보를 울리고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그러나 충돌은 없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밤사이 한마음회관 밖을 둘러싼 경찰 움직임을 살피며 정문과 후문 등을 지키고 섰다. 조합원 3000여명이 새벽에 비가 와 비닐을 덮고 주총장을 지켰다.

이날 현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경찰 4200여명이 배치됐다. 사측은 경비대와 일용직 용역 직원 1500여명에 더해 현대중공업 소속 관리직 직원 등도 비상 대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밤 11시께, 이튿날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예고된 한마음회관 인근에 배치된 경찰. 사진=김예리 기자
▲30일 밤 11시께, 이튿날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예고된 한마음회관 인근에 배치된 경찰. 사진=김예리 기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은 30일 밤사이 한마음회관 밖을 둘러싼 경찰 움직임을 살피며 정문과 후문 등을 지키고 섰다. 사진=김예리 기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은 30일 밤사이 한마음회관 밖을 둘러싼 경찰 움직임을 살피며 정문과 후문 등을 지키고 섰다. 사진=김예리 기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3000여명은 31일 새벽 빗속에서 비닐을 덮고 주총장 앞에서 밤을 새웠다. 사진=김예리 기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3000여명은 31일 새벽 빗속에서 비닐을 덮고 주총장 앞에서 밤을 새웠다. 사진=김예리 기자

주총 당일인 31일 다수 신문이 현대중공업지부의 현중 물적분할 반대 점거농성 소식을 다뤘다. 세계일보는 ‘민노총 무법천지, 정부는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라는 사설을 내고 “경찰은 주총장을 불법점거한 노조원들을 당장 강제퇴거시켜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와 문화일보도 “경찰 대응이 무르기만 하다”거나 “팔짱만 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측은 노조 불신의 원인을 찾아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울산 지역사회의 반대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는 이날 10시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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