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신인배우 고 장자연씨 사망 이후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을 수사하던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조선일보 청룡봉사상을 받은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실로부터 받은 경찰청 답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월 청룡봉사상을 경기청 형사과 광역수사대 소속 주아무개 경장(현재 경위)은 장자연 사건 수사팀에 포함돼 있었다.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주최하는 청룡봉사상을 받으면 1계급 특진과 1000만원의 포상이 주어진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 경장이 당시 장자연 사건 수사팀에 포함돼 수사 활동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건 수사기록 일체를 검찰에 송치해 주 경장이 작성한 수사자료 등이 있는지 관련 내용 확인할 수 없어 제출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6월22일 열린 제51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장에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가운데)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오른쪽)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사진=경찰청 홍보영상 갈무리
지난 2017년 6월22일 열린 제51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장에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가운데)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오른쪽)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사진=경찰청 홍보영상 갈무리

앞서 장자연 사건 관여 경찰관의 청룡봉사상 수상 의혹이 불거졌을 때 주 경위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기청 광수대 인원이 50명이 넘는데, 나는 거기서 근무했을 뿐이지 장자연 수사팀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나는 조직폭력배 수사팀에서 살인 사건 수사로 특진한 사람이고 당시 (장자연 사건으로) 분당경찰서에 가서 수사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 PD수첩, ‘장자연 사건’ 조선일보 청와대 압력 의혹 밝히나]

이번에 경찰청이 공식 확인한 바에 따르면 주 경위가 장자연 사건 수사에 어떻게든 관여했다는 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주 경위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추가 통화에서 “난 사건 초반에 수사본부에 몇 번 가서 심부름만 했다”며 “내가 상주해서 사건을 전담하지도 않았고, 검찰 송치 수사기록에 내 이름으로 수사보고서 하나 남아있는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미디어오늘은 주 경위의 직속상관이었던 경기청 광수대 소속 권아무개 경위가 ‘황제조사’를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직접 조사한 사실도 확인했다. 

방상훈 사장은 2009년 4월23일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권 경위 등 2명의 경찰관에게 피의자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 시간은 불과 35분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변호사가 아닌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담당하는 조선일보 기자 2명이 배석한 채로 특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청룡봉사상 시상식에도 관례에 따라 본인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노컷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청룡봉사상 시상식에도 관례에 따라 본인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노컷뉴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방 사장 조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큰 회의실에서 조사가 진행됐고, 기자 2명이 배석했다”며 배석한 이유에 대해 “방 사장이 노령이고 신변 보호 취지로 말했다. 다만 회의실이 워낙 커서 기자들은 멀리 떨어져 앉았다. 방 사장 진술 과정에 개입하거나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다른 경찰은 “배석한 기자 2명이 조사 내용을 녹음하기도 했다”고 진상조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사장이 조사받은 한 달 후인 2009년 5월25일 조선일보 지면에 청룡봉사상 ‘용상(勇賞)’ 수상자로 주 경위가 이름을 올렸다. 청룡봉사상은 충(忠)·신(信)·용(勇)·인(仁)·의(義) 5개 분야로 매년 5명 내외의 경찰관을 선정하는데 용상은 ‘현행범 또는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킨 중요 범인 등 검거로 민생치안 확립에 기여한’ 경찰관에게 주어진다. 

청룡봉사상 시상금 1000만원은 조선일보가 700만원, 경찰청이 300만원을 부담했는데 경찰과 특정 언론사와 유착 관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7·2008년 참여정부 때는 경찰청의 공동주최 철회로 수상자가 나오지 않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일부 행사의 경우는 해당 상을 받은 공무원에게 인사 특전을 부여하고 있는 점, 시상금은 부처 산하기관이 부담토록 하는 문제점 등이 있었다”며 “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특정 언론사와 행사 공동주최에 대한 재검토를 해왔고, 검토 결과 각각의 문제점이 제기돼 특정 언론사와 공동주최 행사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룡봉사상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9년 부활했다.

한편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청룡봉사상을 비롯해 정부와 민간기관이 공동주관하는 상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특진·승진 가점 등 인사상 특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을 주관하는 기관과 정부 간의 유착 가능성과 정부 포상을 받은 공무원과의 형평성, 인사권 침해 우려 등 그간 제기된 문제를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다음 달 중으로 국가·지방공무원과 경찰, 해양경찰, 소방공무원에게 인사 특전을 주는 민간 주관 상을 삭제하는 등 인사 관계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룡봉사상 외에도 중앙일보와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에게 수여하는 '청백봉사상', 동아일보·채널A가 경찰·소방공무원·군인을 대상으로 주는 ‘영예로운 제복상’, SBS의 ‘민원봉사대상’, KBS의 ‘KBS119소방상’, 서울신문의 ‘교정대상’ 등도 인사 특전이 없어질 예정이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징계할 경찰도 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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