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댐 붕괴 언론 보도 ‘반박’이 우선인가
라오스 댐 붕괴 언론 보도 ‘반박’이 우선인가
라오스 정부 발표 뒤 SK건설 반박에 무게 두고 공방 처리

지난해 7월 수십명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 사고 원인이 ‘인재’였다는 라오스 정부의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언론 보도는 공방에 치중하고 있다.

라오스 국가 조사위원회는 지난 28일 댐 붕괴 사고에 독립 전문가 위원회 조사결과 집중 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독립전문가 위원회는 “붕괴가 시작됐을 때에도 댐 수위가 댐 높이보다 낮았다”면서 “불가항력에 의한 붕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적색토로 쌓은 보조댐에 미세한 관들이 존재해 누수로 인한 내부 침식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기초 지반이 약화되면서 붕괴됐다.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최상부에서도 발생해 원호파괴(deep rotational sliding) 형태로 전체 붕괴사고가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애초 댐 건설 지역의 지질학적 환경과 토질 분석이 부실해져 붕괴로 이어져 SK건설의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조사는 1년 가까이 진행됐다. 사고 원인에 첫 공식 발표라 관심이 높았지만 국내 언론은 SK건설 해명에 무게를 두고 공방을 중계 처리하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현지 주민 49명이 사망했고 22명이 실종됐다. 라오스 정부의 발표대로 SK건설 부실 책임으로 최종 결론나면 보상금 문제로 인한 국제 갈등으로 비화하고, 도덕적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보도 양도 적다. 지면기사는 11건에 그쳤다. 보도 내용 역시 단순히 라오스 정부 발표를 짧게 전하거나 SK건설 측 반박을 앞에 배치하는 식이다. SK건설은 “사고 전후 실시한 정밀 지반조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등 과학적 공학적 근거가 결여돼 있다”고 반박하고 “독립전문가 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자신들이 지정한 위치, 방법론, 제3의 분석기관을 통해 토질 분석을 했다. 누수로 인한 침식이 원인이었다면 대량의 토사 유출이 목격됐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SK건설은 댐 붕괴 원인이 집중 호우로 인한 재해라고 주장해왔다.

아시아경제는 SK건설 반박 내용인 “라오스 댐 붕괴 조사결과, 과학적 근거 없다”를 제목으로 뽑기까지 했다. 라오스 정부의 발표 내용과 SK건설의 반박 내용을 나란히 배치하는 게 보통인데 SK건설의 주장에 무게를 실은 편집이다. 문화일보도 “SK ‘댐 붕괴, 라오스 당국발표에 동의못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SK건설이 국가조사위에 재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한 뒤 “재조사를 통해 SK건설이 댐 붕괴의 직접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래야 국내 건설사들이 입을 국제적 신뢰 하락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SK건설이 댐 붕괴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댐은 붕괴됐고, 70여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다. 6000여명의 피해 주민 중 상당수는 지금도 수용소 같은 임시 거처에서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댐 건설에 따른 환경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KBS도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인장 균열이 생겼다는 얘기는 댐이 이미 원호파괴로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그 전에는 이미 파이핑(물샘) 현상이 있었다고 봐야죠”라며 라오스 정부의 댐 붕괴 원인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BBC 홈페이지 보도 영상 갈무리
▲ BBC 홈페이지 보도 영상 갈무리

KBS는 나아가 “비용 절감을 위해 기본 설계를 일부 바꾼 점도 댐의 붕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면서 “시공 전 SK건설에서 작성한 실행 계획을 보면, ‘댐의 형식과 재료 변경, 경사 조정 등 설계변경으로 2만 8천 달러를 절감한다’고 돼있다”고 보도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는 게 중요한 시점에서 사고 당시 제기된 의혹과 라오스 정부의 발표, SK건설의 반박 내용에 대해 언론의 자체 검증 취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라오스 댐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린 한국시민사회TF는 “SK건설과 한국 정부는 라오스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SK건설은 자체 실시한 사고 원인 조사결과는 밝히지 않은 채 IEP(독립전문가 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가 결여된 경험적 추론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시민사회TF는 “이번 조사에 옵서버로 참여한 한국 정부조사단과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 전문업체들도 IEP가 밝힌 사고원인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SK건설의 이러한 주장은 최소한 사고의 원인을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 탓이라는 기존 SK건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라오스 정부가 10개월에 거쳐 조사를 진행해왔고, IEP에 한국 정부조사단이 옵저버로 참석하여 도출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구체적이고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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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5-30 20:50:46
아시아경제, 문화일보는 일방적으로 SK 편에서 기사를 썼네. 양쪽 입장을 다 쓰고, 지속해서 문제를 관찰하고 사과할 건 해야 한국건설사의 신뢰도도 높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