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없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주주총회 점거’ 이유
언론에 없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주주총회 점거’ 이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31일 법인분할 주총 앞두고 총파업·점거농성… 노동자 희생·재벌세습·조선업 생태계 악화 우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을 결정하는 31일 임시주주총회가 코앞에 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27일부터 닷새째 점거 중이다. 28일부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0일엔 2500명이 주총장 앞에 모여 법인분할 시도를 규탄했다. 지역사회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진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29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로 생기는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 본사를 울산에 존치하라며 삭발을 감행했다.

언론도 노조의 주총장 점거 소식을 대거 보도했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노조의 ‘폭력성’만을 부각하며 표면적 보도에 집중한 탓에 정작 노사가 무엇을 둘러싸고 갈등하는지 알기 어렵다. 현대중공업이 하려는 법인분할은 뭘 뜻하고, 노동자들이 이를 막으려 파업과 주총장 점거까지 나서는 이유는 뭘까.

▲지난 2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28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 뒤 주주총회가 예정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지난 2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28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 뒤 주주총회가 예정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분할 뒤 울산엔 ‘현대중공업’ 이름과 제조공장만… ‘큰그림’은 대우조선 인수

31일 주총에선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승인할지를 의결한다. 물적 분할이란 회사가 어떤 사업부문을 나눠 자기 자회사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현대중공업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나뉜다는 뜻이다. 존속회사는 인사와 노무, 투자와 연구개발 부문을 가져간다. 회사를 서울로 옮기고 이름은 현대중공업에서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꾼다. 한편 신설회사는 ‘현대중공업’이라고 이름 붙이고 나머지 생산 부문(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등)을 맡겨 울산에 남긴다.

이렇게 한국조선해양은 본래 현대중공업이 지녔던 두 개의 자회사와 함께, 새로 생긴 신설회사를 거느리며 중간지주회사로 거듭난다. 반면 울산에는 한국조선해양이 경영을 좌우하는 사업회사가 남는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대우조선 인수 뒤 지배구조 변화. 그래픽=이우림 기자
▲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대우조선 인수 뒤 지배구조 변화. 그래픽=이우림 기자

눈여겨볼 대목은 분할 뒤 두 회사의 재무구조가 극명하게 갈리는 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부채비율(자산 대비 부채)가 62.1%에서 1.5%로 줄어들어 우량해진다. 반면 신설회사 현대중공업은 부채를 떠안아 부채비율이 115%로 늘어난다. 결국 재무구조가 아주 좋은 기업과 불량한 기업이 생기는 셈이다. 1만4000명 노동자 가운데 500명 가량은 한국조선해양에, 나머지 대다수는 불량 기업에 속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물적분할이 또다른 조선업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인수 본계약을 맺었다. 즉 물적분할한 뒤 한국조선해양이 산업은행과 주식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들인단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맞교환 방식을 두고, 기존 현대중공업 혹은 현대중공업지주회사가 직접 신주를 발행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들여 인수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현대중공업(신설회사), 대우조선까지 4개 회사를 자회사로 관리하게 된다. 그리고 정씨 총수 일가(정몽준‧정기선)가 최대주주(30.9%)인 현대중공업 지주회사는 한국조선해양을 지배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렇게 분할과 인수 목적을 두고 “현대중공업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고, 한국조선해양에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로 내세워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통제권은 위로, 부채는 아래로… 구조조정‧노동조건 악화 우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이같은 개편이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대폭 악화할 것이라 내다본다. 대다수 노동자가 일하는 울산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데다 통제권은 중간지주회사로 넘어가고, 현대중공업 총수 일가에 경영책임을 물을 경로는 더 복잡해진다.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하며 삭발하는 송철호 울산시장. 사진=민중의소리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하며 삭발하는 송철호 울산시장. 사진=민중의소리
▲30일 민중당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열린 ‘현중 법인분할 주주총회 중단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당
▲30일 민중당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열린 ‘현중 법인분할 주주총회 중단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당

이들은 분할 뒤 울산 현대중공업이 “빈껍데기이자 하청공장”이라고 말한다. 우선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는데, 사측이 이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같은 이유로 임금 인상을 비롯해 처우개선 가능성도 낮아진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현대중공업이 가장 잘 나가던 2003~2014년 사이에도 임금은 거의 동결이었다. 7년차 노동자 급여까지 최저임금에 걸려 있었다”고 돌이켰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지난 21일 뒤늦게 단체협약 승계를 공언했지만, 노조는 말뿐이라 뒤집힐 공산이 크다고도 본다.

중간지주회사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4개의 조선회사를 관리하게 되면 각 자회사 노조의 협상력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간지주회사가 물량 배분 권한을 쥐는 탓에 자회사들이 서로 물량 경쟁에 내몰리고, 노조의 영향력은 작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회사와 현대중공업 사이에 중간지주회사가 들어오면서, 노조가 총수일가에 직접 경영책임을 묻기도 한층 복잡해진다.

재벌 경영세습과 사익편취 우려, 조선업 생태계도 악화

전문가들은 법인분할과 대우조선 인수가 현대그룹 총수일가의 경영세습에 기여한다고도 지적한다. 여기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역할이 크다. 먼저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부자가 재무구조가 좋아진 중간지주회사로부터 고배당의 혜택을 얻는다. 반면 중간지주회사를 방패막이로 세우면 현대중공업이 맞는 리스크에 대한 총수 일가의 책임은 약해진다.

중간지주회사가 생기면 ‘재벌 3세’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해갈 수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 정기선이 대표로 있는 선박 수리업체 현대글로벌서비스 얘기다. 현재 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회사의 자회사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재벌 오너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의 자회사(지분 50% 이상)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한국조선해양이 중간지주회사로 들어서면 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가 돼 규제에서 벗어나게 되고, 경영승계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본계약을 맺으며 “우리나라 대표 수출산업인 조선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업체의 인수가 오히려 한국의 업계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지금껏 현대·대우·삼성은 조선업계 빅3로 경쟁하면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이번 인수로 국내 조선업 1‧2위인 두 업체가 한몸이 되면서 사실상 독점시장이 형성되고, 이는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의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깎아먹고 중국의 경쟁사에 자리를 내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사진=민중의소리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사진=민중의소리

국민연금·산업은행 지지 힘입어 인수 시도… 노조가 나선 이유

문제는 정부가 현대중공업의 분할과 대우조선 인수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주도했다. 산업은행은 공개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협상해 인수 계약을 맺었다. 그 방식으로는 현대중공업의 자금 부담이 가장 적은 법인분할과 주식 맞교환에 합의했다. 인수에 반대하는 이들이 “산업은행이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자한 회사 경영권을 헐값에 넘겼다”고 지적하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의 2대 주주(9.35%)다. 공적연기금으로서 환경·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책임투자한다는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아래 분할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지만, 지난 29일 법인분할에 찬성 방침을 정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민중당 등과 노동계와 정당들은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에 ‘재벌 특혜를 강행하며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반발에 나섰다.

▲지난 2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28일 전면 파업에 돌입해 31일 주주총회가 예정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지난 2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28일 전면 파업에 돌입해 31일 주주총회가 예정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민주노총과 16개 민주노총 지역본부, 6개 산별노조는 연이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주총 저지 총파업에 연대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29일 성명을 내어 “현대중공업 자본은 끊임없이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세습을 시도하고,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이를 지켜주고, 법원은 자본을 방해하면 엄청난 벌금을 물겠다고 선언했으며 극우 언론은 흉기가 된 신문을 휘둘러 폭력을 가하지만 노동자는 물러섬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30일부터 1박2일 동안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앞과 주총장 한마음회관에서 주총 저지 투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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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5-30 22:15:01
개인적으로 법인분할을 반대한다. 또한, 분할된다 할지라도, 한국조선해양은 울산에 있어야 한다. 왜 현대중공업은 수도권 과포화 상태를 만들고, 지역사회를 소외시키는가. 보수언론은 폭력성만 부각할 것이다. 당연, 언론들 대주주가 기업이기 때문에 회사의 이득만 반영한다(특히 한국경제신문). 중요한 것은 돌발상황을 컨트롤해서 지속할 수 있는 시위를 해야 한다. 누가 폭력을 유도하는지를 카메라에 담고, 그들의 행위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씁쓸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약자다. 그런데 여기에 폭력(기업들이 원하는 것)까지 더해진다면 도저히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차분하게 대응하다 보면 현대중공업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는 못할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