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이 최신예 전투기인 F-35의 기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일본 방위성에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일보 4월18일자 기사 첫 문장이다. 조선일보는 “F-35 스텔스기 설계 기밀은 미국이 그동안 어느 나라에도 제공한 적이 없는 핵심 군사 정보”라며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미국 정부가 일본을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안”이라는 주석을 달았다.

▲조선일보 4월19일자 3면.
▲조선일보 4월19일자 3면.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4월18일자 기사에서 “미국이 F-35의 엔진 등의 부품과 미사일을 제어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관련 기밀을 일본에 대해서만 해제하겠다는 의향을 일본 방위성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독점한 F-35의 소스코드(설계도)를 일본에 전수하겠다는 의미다. 이 내용은 조선일보 4월20일자 “美 전투기 위해 섬까지 사주는 일본”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도 등장했다. 이 신문은 “미·일 동맹 강화의 이면에는 한미관계 약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이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주석을 달았다. 

“일본은 미 F-35 전투기를 당초 예정했던 42대 외에 105대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이 F-35 개발에 참여하지도 않은 일본에 관련 기밀을 제공하겠다고 한 데 이어 주거니 받거니다.” 5월30일자 조선일보 사설 ‘한국 외교는 지금 어디에 있나’의 한 대목이다. 이처럼 일련의 보도는 미·일 관계가 F-35 소스코드를 줄 만큼 가까워졌는데 한국 정부는 미국을 위해 뭘 하고 있느냐며 한·미동맹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 국제군사정보전문업체 IHS제인스의 5월9일자 보도 화면 갈무리.
▲ 국제군사정보전문업체 IHS제인스의 5월9일자 보도 화면 갈무리.

 

그러나 정작 일본 방위성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국제군사정보전문업체 IHS제인스의 5월9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F-35에 관한 비밀 소스코드 정보를 주겠다는 미국의 제안은 없었다”고 명확히 밝혔다. IHS제인스는 지난 100여 년간 △제인스 연감 △제인스 군함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등을 통해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전문가들에게 공신력 있는 군사정보를 제공해 명성을 쌓아오며 국방일보 등에 소개된 기관이다.
 
요미우리 보도와 관련, 익명의 군사전문가는 미디어오늘에 “소스코드 이전 같은 중대사안은 기업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대통령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의회의 벽을 넘어서야 하는데 미국 의회는 기술 이전에 매우 깐깐하다”고 지적하며 “일본과 미국 간 전투기 개발에 대한 접촉이 있었고 그걸 배경으로 (일본 측이) ‘행복 회로’를 굴렸다고 보는 게 사실에 부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3박4일 일본 국빈방문에서 극진 대접을 받았다. 아베 총리가 직접 골프-스모 경기를 따라다녔다. 이를 두고 일본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 국회대책위원장은 “일본 총리가 여행가이드냐”고 비판했고, 마이니치신문은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은 것과 관련해 “아베 총리의 접대만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F-35 105대를 추가로 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환호했다. 앞서 지난 4월9일 F-35는 일본에서 훈련 도중 추락했다. 세계 첫 사례였다. 조선일보가 강조한 미·일 동맹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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