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손자회사 부분파업까지 이어졌던 네이버 노사의 쟁의가 본사 노조 교섭이 재개되면서 단체협약 타결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네이버 노사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13차 교섭 결렬 후 170일 만인 지난 24일 단체교섭을 재개했다. 이날 교섭에서 노사는 사측이 요구한 ‘협정근로자’(파업 등 쟁의 참여 조합원 제한) 조항과 관련해 최소한의 논의 물꼬를 트고 양측의 교섭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네이버 노사 단체교섭 과정에서 ‘협정근로자’ 조항은 노사 갈등을 키웠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사측은 “협정근로자는 네이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사용자와 파트너에 대한 사회적 책무, 회사의 사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단협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지난달 3일 출범 1주년을 맞아 사측에 교섭을 촉구하는 네 번째 단체행동을 벌였다. 사진=공동성명 제공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지난달 3일 출범 1주년을 맞아 사측에 교섭을 촉구하는 네 번째 단체행동을 벌였다. 사진=공동성명 제공

하지만 지난해 12월 교섭 결렬 후 월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 절차에서 조정위원들도 협정근로자 조항은 노사 간 권리분쟁 조항에 해당한다며 최종 조정안에서 제외했다. 이에 사측이 협정근로자 조항이 빠진 조정안은 받을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조정은 결렬됐고, 노조는 쟁의에 돌입했다.

노동쟁의 투표 가결 후 4차례 단체행동을 벌인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지난 3일 사측에 공문을 통해 교섭 재개를 요청했고, 이에 회사가 교섭 재개가 가능하다고 답하면서 다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노조는 “쟁의 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노동조합의 불모지인 IT산업에서 모범적인 노사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판단했다”고 조합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어 “기본권인 노동 3권이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서비스에 결정적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 연합뉴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 연합뉴스

결국 향후 교섭의 관건은 노사가 헌법상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존중하면서도 이용자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에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는 데 달렸다. 

공동성명 측은 지난 24일 재개한 교섭에서 노동 3권을 지키면서 서비스에 결정적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하는 ‘비상시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쟁의행위 중이라도 천재지변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와 회사의 중대한 재해(1등급 장애)가 발생했을 때 쟁의행위를 일시 중단하고 서비스 유지와 비상 업무 수행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사측은 협정근로자 조항 관련 구체적인 안을 노조에 제시하진 않았다. 사측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교섭에서 회사 요구안을 제시하고 노조와 마라톤협상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사측은 “지난주 노사협상 재개는 협정근로자와 관련한 노조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의미가 크며, 노사 간 교섭이 다시 시작된 첫 자리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공동성명은 “회사 역시 다음 교섭에서 마무리를 짓기 바란다고 말한 만큼 회사가 협정근로자 안을 포함한 미합의 조항 33개에 대해 구체적이고, 수용 가능한 안을 마련해 의미 있는 교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공동성명은 회사에 성실한 교섭과 단협 체결을 촉구하고 조합원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7일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1층 로비에 농성장도 마련했다. 쟁의 돌입 100일을 맞는 오는 30일에는 본사 노조뿐만 아니라 계열 법인의 단체교섭 현황을 공유하고, 조합원을 격려하는 5차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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