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언론계 노동 환경도 변했다. 지난 3월 계도 기간이 끝난 후 언론사들은 노사 TF를 가동해 초과노동시간을 조정하거나 초과근무명령금지 원칙 세우는 등 새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논의에서 예외로 간주되는 직급도 있다. 언론사 편집국장, 부장 등 데스크들이다. 

한 인터넷 언론의 A 기자는 “퇴근 후나 휴일 데스크 지시를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평기자의 노동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부장의 노동시간도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차장‧부장급 이상 기자들은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월간 ‘신문과방송’을 보면 한 신문의 차장급 기자는 “근무시간을 넘어서면 전화로 지시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연락해서 확인할 일이 있어도 ‘내가 하고 말지’란 생각이 든다. 술 한 잔 하자는 이야기하기도 부담스러워졌다. 잘못 얘기하면 ‘꼰대’가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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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일간지의 B 부장은 “52시간 시행 이후 데스크급에는 변화가 전혀 없는 것 같다”며 “나 역시 쉬고 싶긴 하지만 52시간 자체가 한국 언론 시스템에 매우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 부장은 “우리 언론사의 경우 팀장들이 데스크를 교대로 보긴 하지만 언제나 인력이 부족해 노동시간을 초과한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 가능성에 “디지털화를 빨리하면 적정한 노동이 가능해질 것 같다. 그러나 지면 제작은 편집, 취재, 디자인, 윤전, 배송 등이 얽혀 있다. 시간 맞추기가 간단치 않다”며 “디지털 중심 보도로 가야한다. 지면 제작 공정이 단순해지면 노동시간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는 데스크들이 교대로 데스킹을 보는 것을 넘어 편집국장을 두 명 둔 사례도 있다. 국장급에게 쏠리는 일을 분담하기 위해서다. ‘언론사 인사관리에서 목표관리 도입에 관한 연구’(2018,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논문을 보면, 벨기에의 그렌츠에코는 2012년~2017년 편집국장 두 명이 서로 협력해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해결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 제도는 유럽 다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일상적 취재와 신문 제작 업무를 담당하는 국장과 기획 취재와 콘텐츠 개발, 나아가 부가 사업으로 연계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국장 등 2명을 둔다. 

심 교수는 28일 통화에서 “독일의 경우 데스크급을 포함해 모든 기자들이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노동시간이 초과돼도 제한이 있어서 편집국장 등을 2명 이상 두는 일이 많다”며 “기자 배치나 전체적 조율을 담당하는 사람과 뉴스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더블 체제로 가는 경우가 많다. 업무 분담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이런 제도를 운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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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의 C 편집국장은 “내 노동이 52시간을 초과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면서도 “52시간제 이후 업무량은 그대로다. 반면 팀원들은 초과 노동을 하면 안 된다. 그만큼 빈 역할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 편집국장 교대 시스템은 먼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데스크급 노동시간이 줄지 않는 이유로 기존 관행과 인식이 꼽히기도 한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말)을 중시하는 평기자 세대와 달리 데스크급들은 초과 노동에 비교적 문제의식이 적다는 것.

한 인터넷 언론의 평기자인 D 기자는 “데스크급 생각이 변해야 한다. 데스크들은 ‘언론인에게 52시간은 맞지 않는 제도’라고 말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편하다며 특별한 일이 없어도 회사에 머물기도 한다”며 “노동에 대한 생각 자체가 평기자 세대와 다른 면이 있다. 스스로 인식을 개선해 자기 노동시간도 줄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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