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회동에 현직 언론인이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 원장은 국가정보기관 수장과 만남에 사적인 모임이었다며 관련 언론 보도에 ‘황색저널리즘’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양 원장은 만남의 성격을 풀어줄 동석자에 대해서는 “지인들은 공직자도 아닌 민간인 신분을 프라이버시 고려 없이 제가 일방으로 공개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연합뉴스는 두 사람의 회동에 ‘중견언론인 A씨’가 동석했다고 보도했다. 한 정당의 싱크탱크 수장과 국가정보기관의 수장 그리고 현직기자까지 포함된 만남이란 게 확인되면서 만남의 성격에 오히려 의혹이 커졌다.

서훈 원장과 양 원장 회동이 논란인 건 사적 모임이라는 말을 선의로 받아들일 만한 여지가 적어서다.

민주연구원은 여론과 민심을 파악하고 민주당 전략을 세우는 곳이다. 원장 자리를 누가 맡아도 그의 행보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탄생을 도왔고,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사람이 대선 직후 부담을 주기 싫다며 떠나 있다가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복귀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국정원장과 만남은 국내 정보 수집 금지 등 정권과 독립을 강조해왔던 것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원장과 서 원장 사이 오고 간 대화를 확인할 수 없기에 야당이 제기하는 총선 개입 의혹은 섣부르지만 만남 자체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27일자 '더팩트' 보도 이미지.
27일자 '더팩트' 보도 이미지.

현직 언론인 동석 문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최초 보도에서 두 사람 단독 만남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현직 기자가 동석했다는 점에서 ‘민감한 얘기’가 오고갈 상황은 아니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A씨도 “그날 만남이 엉뚱한 의혹과 추측을 낳아 참석자 중 한 사람으로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해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A씨는 “민감한 정치적 얘기는 없었고 오히려 남북관계나 정치이슈에 제가 두 사람에게 듣기 불편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예전에는 국정원에 국내정보 담당 조직이 있어서 여론 수렴도 하고 소통도 했는데, 이제는 모두 국정원장이 직접 해야 한다고 한다”며 “그래서 시간나는대로 여야 정치인이나 싱크탱크, 전문가, 언론인과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훈 국정원장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도 “서 원장이 소통을 굉장히 중시해 기존 원장과 상당히 다르다. 다만 어떤 만남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을 정도로 관리가 치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 기자가 국가정보원장과 여당 실세와 대면한 자리라서 “민감한 정치적 이야기는 없었다”라는 한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A씨는 방송에서 남북관계와 통일 관련 분야를 취재해온 기자로 알려졌다. 오히려 정보를 주고 받은 자리였을 것이라는 의심이 합리적이다.

현직 기자가 속한 매체도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 회동 목적 과 경위, 현직 기자가 동석한 이유에 따라 매체도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관련 보도에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A기자는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다.

현재까지 모임 참석자는 서 원장과 양 원장, A씨 세 사람이지만 다른 현직 언론인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름이 거론된 한 기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청와대도 두 원장 회동에 되도록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정부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해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서 원장이 정당 정책연구원장을 만난 것은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단 그 자리에서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가 중요할 텐데, 사적인 만남이라고 보고 받았다”며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정치 개입이나 혹은 국정원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나 이런 것을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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