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한미정상 통화내용을 공표한 강효상 한국당 의원과 정보를 제공한 외교관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외교부·국방부 관계자들과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고 최근 한국당의 외교·안보 관련 발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이 강효상 의원을 비호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는 것을 보면 이런 범죄행위가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1야당까지 관여한 행위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익을 위해 국가기밀을 악용하고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조직을 동원하는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단호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 측 관계자로 이해찬 대표와 자문회의 원혜영 의장, 민홍철 부의장, 조정식 정책위의장, 국회 외교통일안보위원회 간사(이수혁 의원)와 국방위원회 위원장(안규백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을지태극연습 훈련으로 불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대신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국회를 방문했다.

원혜영 의장은 “입만 열면 한미동맹을 부르짖던 한국당이 강 의원을 싸고도는 것은 그간 보여온 모습이 국민 기만”이라며 “한줌의 정치적 이익 앞에 국익이 없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상 간 통화내용은 최고위급 기밀로 간주해 무단 유출·유포 행위가 엄격하게 금지된다”며 “강효상 의원이 기밀 유출에 나선 목적과 과정, 배후 등에 대해 사법당국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외교부, 국방부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고 한국당 의원들의 외교 안보 관련 발언 논란에 대한 상황보고와 향후 대응 방안 논의를 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외교부, 국방부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고 한국당 의원들의 외교 안보 관련 발언 논란에 대한 상황보고와 향후 대응 방안 논의를 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정부가) 북한 눈치 살피느라 군을 뇌사 상태로 만들고 있다”, “군과 정부 입장은 달라야 한다”고 말해 ‘항명 선동’ 논란을 부른 황교안 대표를 향한 비난도 이어졌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은 “뇌사상태에 빠져 있는 건 국군인가 공당으로서 책임 방기하고 국회를 마비시킨 채 국민을 호도하고 군을 흔드는 한국당인가”라며 “다가올 총선이 욕심나고 지지율이 탐나겠지만 정치는 훼손해선 안 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이재정 대변인은 구체적인 논의 사항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일련의 행위들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우리나라 외교·안보·국방에 치명적일 수 있는 내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단순 막말 프레임을 넘어서는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강 의원에게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K참사관과 강 의원을 형사고발하고, 기밀 유출 관련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K참사관 등 3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K참사관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원에게 외교부 정책을 정확히 알리는 것도 외교관 업무라고 생각했다”며 “(강 의원이) 이를 정쟁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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