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순으로 바이라인(기사에 달리는 기자 이름)이 달리는 조선일보 사내 문화에 이견이 나오고 있다. 선후배 협업이 이뤄진 기사에 후배 기여가 더 높아도 연차로 바이라인이 달리는 문화는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전현석)은 지난 23일 노보에서 “기자가 단독 내용을 취재해 기사를 썼다고 해도 그 기자의 선배가 관련 기관이나 기업 해명 또는 입장을 취재했을 경우 선배 이름이 먼저 실린다”고 설명했다.

한 조합원은 “후배가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해서 선배가 상당 부분을 추가 취재하는 경우는 큰 문제가 안 된다”면서도 “단독 기사의 80~90%를 쓰고도 후배라는 이유로 바이라인에서 뒤로 밀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다른 조합원은 “내가 발굴한 특종인데도 바이라인 순서만 보고 회사 안팎에서 선배가 취재한 기사라고 여겨질 때 속상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여러 부서 기자들이 협업한 기획 기사에서 현지 반응이나 기관·기업 해명을 한 두 문장 보낸 선배 기자 이름이 바이라인 맨 앞에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한 조합원은 “일부 부서 데스크의 경우 간단한 내용만 다른 부서에 전달하고도 그 부서 기자 바이라인을 꼭 넣어달라고 신신당부한다”며 “그러다 보면 기사 기여도가 가장 큰 후배 기자 이름이 아예 빠지기도 한다”고 했다.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조합원은 “바쁜데 매번 이것저것 따져 누구 이름을 앞에 넣을지 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바이라인 순서를 정하는 과정에서 부서나 선후배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바이라인은 해당 기사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선배 이름을 먼저 쓰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한 차장대우 조합원은 “후배가 처음 기사를 보내올 때 충실히 취재하고 기사도 잘 썼다면 굳이 바이라인을 추가할 이유가 없다”며 “후배 기사 초고에서 추가 취재할 부분이 많고 표현도 부정확해 거의 기사를 새로 쓰다시피하면 후배 기사인지 내 기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했다.

노조는 △후배 기자가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우 △후배가 특종하거나 기사에 중요한 팩트를 취재한 경우 △선후배가 협업한 기획 기사에서 후배가 주로 아이디어를 냈을 경우 등 타 일간지에서 후배 바이라인을 먼저 쓰는 사례를 소개했다. 

한 조합원은 “바이라인 문제는 결국 사내 협업 문화와 직결돼 있다”며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바이라인 순서에 연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로 구성된 조선일보 노조 조합원 수는 2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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