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의 물적 분할에 고용불안을 느낀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총장으로 공지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나흘 앞서 점거했다.

경향신문은 노조의 물리적 주총장 점거 이유를 28일자 10면 “현대중 노조 ‘법인 분할 반대’ 주총장 점거농성”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노조는 물적 분할(법인 분할)이 이뤄지면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귀속되고, 부채는 자회사인 신설 생산법인인 현대중공업에 남게 되면서 인력 구조조정과 노동여건 악화 및 노조활동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주총에서 법인 분할을 강행할 예정인데다 노조를 상대로 주총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노조는 1974년 현대중공업 설립 이후 45년 동안 회사의 부가가치 창출에 노력해왔는데 모든 자산은 신설되는 지주회사가 다 가져가고 현대중공업은 부채만 떠안아 빈껍데기만 남는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노조는 부채를 떠안은 현대중공업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28일자 경향신문 10면
28일자 경향신문 10면

노조는 27일 오후 현대중공업 정문 옆 본관에 몰려가 1층 현관에서 회사와 충돌하면서 일부 노조원들이 인근 한마음회관(주총장)을 기습 점거했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사 충돌을 가장 많이 보도한 신문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28일자 1면에 이어 2면과 사설로도 이 문제를 다뤘다. 조선일보는 1면엔 ‘법원의 명령을 휴지 조각 취급한 민노총’이란 제목으로, 2면엔 ‘현중노조, 본관 뚫으려다 유리 박살… 막던 직원 실명 위기’란 제목으로 이를 전했다. 이날 조선일보 1, 2면에 실린 두 개의 사진은 모두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사진이었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에서 노조원 500명이 돌과 달걀을 던지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던 직원 7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다친 직원 중 1명은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28일자 10면에 현대중공업 노사 충돌을 전하면서 현대중공업 사측이 제공한 관련 사진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노사가 본관 앞에서 충돌하면서 “현관 유리문이 깨져 파편 등에 맞아 다친 사측 직원 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노조 역시 조합원 여러 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28일자 조선일보 1면(위)과 2면.
28일자 조선일보 1면(위)과 2면.

노조는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을 주총이 예정된 31일까지 봉쇄할 방침이다. 경향신문은 “(울산지역) 여론과 노조가 주총 중단을 요구하는데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주총을 추진해 농성에 돌입했다”는 노조 입장을 전했다.

동아일보도 현대중공업 노사 충돌을 28일자 1면과 5면에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지면 기사엔 이날 충돌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조선일보는 1, 2면 기사에 이어 ‘경찰 때리고 법원 비웃는 노조, 이것도 나라인지’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실었다. 사설 어디에도 노조가 폭력을 동원해 주총장을 점거한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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