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에서 건의한 ‘관계자 징계’를 엄중히 받아들인다. 질책은 하시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도 같이 주셨으면 좋겠다. 징계에 대한 경감조치가 있었으면 한다” 

손관수 KBS 통합뉴스룸 부국장이 지난달 25일 소위원회 의견진술에 이어 전체회의에도 출석해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고 방통심의위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4일 KBS 보도화면 갈무리. 사진=KBS 보도화면
지난달 4일 KBS 보도화면 갈무리. 사진=KBS 보도화면

방통심의위(위원장 강상현)는 2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강원 산불 당시 강릉에서 고성인 척 보도한 KBS ‘뉴스특보’가 ‘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공정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했다. 다수 심의위원은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 재승인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벌점 4점을 받고 관계자를 징계해야 하는 중징계다.

KBS ‘뉴스특보’는 지난달 4일 밤 10시54분 강릉에 있는 취재기자를 연결했다. 강릉방송국 소속 조아무개 기자는 발화지점과 진행 상황, 주민 대피 명령 지역 등 산불 소식을 전하며 리포트 끝에 “지금까지 고성에서 KBS 뉴스 ○○○입니다”라고 말했다. KBS ‘뉴스특보’는 밤 11시32분 강릉에 있는 취재기자를 다시 한번 연결했는데 조아무개 기자는 이번에도 “지금까지 고성에서 KBS 뉴스 ○○○입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KBS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조아무개 기자는 고성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강릉시 KBS 강릉방송국 인근에 있었다.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부위원장은 KBS가 취재윤리를 정립하고 있냐고 질문했다. 그는 “산불 보도 자체를 심의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기자가 강릉에서 취재된 내용을 말하지 않고 고성이라고 바이라인을 달아야만 했던 이유를 말해달라”고 물었다.

손관수 부국장은 “대단히 죄송하다. 어떤 이유를 설명해도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현장 기자가 순간적으로 판단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 했다는 게 뼈아프다. 재난 보도뿐 아니라 모든 보도에 적용돼야 할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사실에 통감한다”고 답하자, 허 부위원장은 “KBS가 다시 소명하겠다고 해서 취재윤리 위반을 말하며 각성하겠다고 다짐하실 줄 알았다”고 지적했다.

KBS 본관. 사진=미디어오늘
KBS 본관. 사진=미디어오늘

KBS는 TV 리포트에서 2번, 오디오로 3번 사실이 아닌 보도를 했다. KBS 보도를 두고 심의위원 7인(정부·여당 추천 강상현 위원장·허미숙 부위원장·윤정주·김재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관계자 징계’를,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과징금’ 의견을, 정부·여당 추천 이소영 위원은 ‘주의’ 의견을 냈다.

심영섭 위원은 “KBS ‘뉴스특보’ 당시 기자 스탠딩 리포트 화면을 보면 평화롭다. 하지만 고성 토성면은 완전히 불바다였다. 이 영상을 시청자가 본다면 고성이 평온해 보인다. 오디오만 나오면 문제 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상현 위원장도 “항변하기 어려운 명백한 실수다. KBS와 기자 본인 모두 당황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KBS가 재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 돌아보는 자기반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재난현장에 있지 않으면서 현장이라고 언급하면서 상황을 전달한 것은 시청자에 대한 신뢰 기본을 저버린 처사다. 취재윤리를 저버리면서 재난방송을 했다”며 비판했다.

반면 전광삼 상임위원과 이소영 위원은 각각 다른 소수 의견을 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언론 보도에 대해 개인적인 소신은 ‘제재하지 말자’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두고 법정제재 의견을 낸 것도 극히 소수였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목숨 바쳐 뛰고 있는 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어떤 말로도 변명 불가”라며 더 높은 수위인 과징금 징계를 주장했다.

이소영 위원은 “보도윤리를 위반한 건 맞지만 심의규정을 위반했는지는 모호하다. 강릉에서 발생한 상황을 허위로 이야기했다든지, 특별히 그런 게 문제가 됐던 상황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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