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홍진영, 문근영, 제이홉, 이기광, 유노윤호. KBS 광주총국 뉴미디어 추진단 사무실 칠판에 이들의 이름을 쓴 종이가 붙어있다. 광주전남 지역 출신 연예인들의 이름을 써 놓고선 이들과 연계한 아이템을 고민한 흔적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KBS 광주총국 뉴미디어추진단의 김기중 팀장을 지난 17일 오후 추진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KBS 광주총국은 유튜브 채널을 두 개로 쪼갰다. 기존 방송사 콘텐츠를 가공해 올리는 KBS광주(구독자 1만5000여명)와 1020세대를 겨냥한 ‘플레이 버튼’(구독자 1만3000여명)이다. ‘플레이 버튼’은 KBS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고 온라인 전용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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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 추진단을 만들고 유튜브 채널에 투자하게 된 계기는.
“지역방송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긴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방송 규모를 줄여온 게 방송계 현실이었다. 그러던 차에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지역국 활성화 사업을 공모했다. KBS 광주총국은 뉴미디어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다. 우리 팀은 팀장이자 취재기자인 나와 촬영기자 1명, 엔지니어 1명, 작가 1명, 인턴 1명, 현장실습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 채널을 두 개로 나눴다.
“‘KBS 광주’ 채널은 TV 시청층과 비슷하게 기성세대가 많다. 여기에는 기존에 우리가 제작해온 콘텐츠를 재가공하거나 그대로 올린다. 반면 ‘플레이 버튼’은 1020세대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 KBS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고 불친절한 이미지인데 이걸 극복하자는 취지다.”

KBS 광주총국 뉴미디어 추진단. 사진=추진단 제공.
KBS 광주총국 뉴미디어 추진단. 사진=추진단 제공.

- ‘플레이 버튼’의 콘텐츠는 어떤 내용인가.
“‘학과탐구생활’이라는 진로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지역에 있는 1020세대가 다른 지역의 같은 세대와 소통하는 통로가 된다. ‘궁그메’는 광주형 일자리, 세월호 등 시사 이슈를 젊은 세대 눈높이로 해설하는 콘텐츠다. 사실 처음에는 구독자가 안 늘어 힘들었는데, 6개월 지난 시점에서 채널 분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두 채널의 구독자가 뚜렷하게 나뉘었다. 플레이버튼 구독자의 80% 가량이 35세 미만이다.”

-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1020세대가 KBS에 질문하면 우리가 일일이 답글을 달아준다. 대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방송국에 입사하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은 반응이 좋았다. ‘주조정실에서 일하려면 어떤 전공이어야 하나요’ 등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남기면서 소통했고 감사하다는 답글이 붙었다. 우리가 1020세대와 소통하는 게 익숙한 조직이 아닌데 이런 시도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물론, 인식이 하루아침에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다가선다는 느낌을 주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 지역성을 구현하는 콘텐츠는 어떤 게 있나.
“광주 지역 이슈이면서도 전국,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슈를 고민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은 그 중 하나다. ‘5·18 아카이브’라는 재생목록을 만들어 과거 방영했던 관련 콘텐츠를 KBS 광주 채널에 올리고 있다. 당장은 조회수가 수천에 불과하지만 5·18이 40주년, 50주년이 지날 때 계속 누적될 거다. ‘플레이 버튼’에는 ‘궁그메’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에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 ‘광수’ 문제제기 등 바로잡아야 하는 내용을 2~3분 분량으로 대학생 시선으로 전했고 영문자막으로도 만들어 올렸다. 동남아, 미국에 있는 20대도 우리 콘텐츠를 통해 5·18을 알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이슈를 다룬 '궁그메' 콘텐츠 화면 갈무리.
'광주형 일자리' 이슈를 다룬 '궁그메' 콘텐츠 화면 갈무리.

- 중장년 세대를 위한 콘텐츠도 있나.
“KBS 광주채널의 ‘남도지오그래피’ 콘텐츠를 유튜브에도 올린다. 전남은 그 어느 지역보다 시골 어르신이 많다. 이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담는 다큐멘터리다. 이걸 매일 올리면 조회수가 수천회 정도씩 꾸준하게 나온다. 몇 개는 테스트 삼아 영문 자막을 붙였는데 외국인들이 와서 보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 방송국 규모에서는 유튜브 채널이 투자 대비 효율이 잘 안 나온다. 레드오션이라는 지적도 있다.
“KBS든 MBC든 수익을 내기 위해서만 방송을 하는 건 아니다. 이것도 시청자와 지역민에 대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관료적인 조직이 잘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운 목소리도 있고, 너무 늦었다고도 하시더라. 늦었지만 조금씩 따라가고 있고, 늦었다고 안 할 수는 없다. 지역국에서 왜 이런 걸 하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다. 지역국이 인력이 많지 않아 뉴미디어로 인력을 빼면 다른 팀이 과부하가 걸리기에 민감한 문제다.”

KBS 광주총국 뉴미디어추진단 사무실에 기록한 아이템 목록.
KBS 광주총국 뉴미디어추진단 사무실에 기록한 아이템 목록.

- 그런 지적에는 뭐라고 답했는지 궁금하다.
“지금 당신도 유튜브를 보고 당신의 아들 딸도 유튜브를 보지 않나. 모두가 유튜브를 보는데 우리는 왜 하면 안 되는 거냐고 반문한다. 서울은 물론 지역 시청자들도 이미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지역이니까, 본사에서 따로 뉴미디어 전략을 세우니까 우리는 안 해도 된다? 동의하지 않는다.”

- 앞으로 계획은.
“구체적인 계획을 일일이 설명드리기보다는 KBS 지역국이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런 노력을 위해 무엇보다 뉴미디어 전략이 안정적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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