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에는 용균이도, 김군도, 우리도 없다”
“김용균법에는 용균이도, 김군도, 우리도 없다”
‘구의역 김군’ 추모 토론회… 라이더‧간호사‧현장실습생들 산안법 한계

청년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두고 ‘정작 청년들이 위험하게 일하는 현장을 빗겨간다’고 비판했다.

청년 노동단체 ‘청년전태일’ 등은 28일 구의역 ‘김군’ 산재사망 사고 3주기를 앞둔 27일 ‘청년노동자,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방법’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숨진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이름을 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의 하위법령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말 개정안이 ‘김용균도 보호 못한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최근 오히려 후퇴한 하위법령을 내놨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산안법 시행령은 ‘위험의 외주화’를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시행령은 ‘위험 작업’은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아야 도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외주화로 인한 재해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여기에서 뺐다.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 설비’를 특정 방식으로 다루는 작업만 ‘위험 작업’에 포함됐다. 김용균씨와 구의역 김군 참사가 일어난 발전소와 철도·지하철 설비 작업도 원청이 정부 승인 없이 도급을 줄 수 있다.

이은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이  28일 열린 ‘청년노동자,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방법’ 토론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은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이 27일 열린 ‘청년노동자,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방법’ 토론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부는 새 시행령에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확대했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자가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제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탓이다. 사업주가 작업중지한 노동자를 불이익 조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처벌)조항도 언급하지 않았다. 시행령은 건설현장 안전도 원청이 책임지도록 규정했지만, 빠져나갈 구멍을 남겨뒀다. 원청이 안전을 점검하고 조치하도록 한 기계가 전체 27개 기종 가운데 4개에 그친다. 덤프·굴삭기·이동식 크레인 등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기종은 빠졌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청년 노동자들은 새 산안법과 하위법령이 자신이 일하는 현장을 안전하게 만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9년차인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최원영씨는 “산안법 이야기로 떠들썩하기에 들여다봤는데, 정작 젊은 간호사들에게 도움되는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개정안이 정규직 노동자의 안전 문제도 건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최씨는 “산안법 시행령은 작업하기 위험한 물질을 4가지를 정했지만, 간호사들은 감염물질을 환자 체액으로 매일같이 접한다. 이로부터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규정한 법제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원청 책임을 강화했다지만, 간호사들은 대부분 정규직인데도 2개월도 못 채우고 나간다. 이 상황은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산안법이 도급을 제한하는 범위를 화학물질로 축소한 것도 잘못이지만, 작업 방식도 개조·분해·해체·철거로 한정했다. 실제 하청노동자들은 보수 작업하면서 화학물질을 다룬다. 이건 지금이라도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왼쪽)과 최원영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간호사가 28일 ‘청년노동자,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방법’ 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왼쪽)과 최원영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간호사가 27일 ‘청년노동자,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방법’ 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산안법이 플랫폼사업자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 노동자들은 산안법상 산재보험 대상에 들긴 하지만, 현행 법제는 실제 권한을 쥔 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사업자에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사업자들이 주문 단가를 정하는 등 라이더 노동자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데, 법적 책임은 사실상 ‘을’인 동네 배달대행업체 사장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법적 책임 소재를 ‘이윤을 얻는 자’로 확대해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영위하며 위험을 양산하는 이들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 위원장은 “2016년 구의역 김군이 숨진 이후 지난해와 올해까지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는 계속 일어났다. 정부는 우릴 보호하는 법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제자리 걸음”이라며 “구의역부터 전주 고객센터, 안산 반월공단, 남양주 이마트 무빙워크까지 일하다 숨진 우리 이름이 지워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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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5-27 16:52:06
우리는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론,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일 처리를 빨리하면 가장 좋다. 그러나 과거 공수처법처럼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도 국회가 뒤집어 버리지 않는가. 시간을 기다리면서 정치에 참여하고, 민원을 넣고, 국회를 지켜봐야 한다. 민생, 민생 하면서 국회를 보이콧하는 정당이 누구인가. 법은 판례가 쌓이면서 체계적으로 변한다. 이런 산안법도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 토론이 없으면 체계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답답하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치에 꾸준하게 참여하면서 총선에서 표로(세비를 낭비하는 당) 심판하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아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