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열일하시네요.” “아직까지 북한군 어쩌고저쩌고하는 세력이 있으니 앞으로도 갈 길이 머네요.” 광주MBC가 5·18 민주화운동 39주기를 맞아 선보인 5·18 39시간 라이브 방송의 실시간 댓글이다. 유튜브를 활용해 지역방송의 활로를 모색하는 광주 MBC 스마트미디어사업단을 지난 17일 오후 광주 MBC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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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들어서니 큰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포스트잇에 ‘노터치’라고 써 붙였다. 화면에는 영상 송출 프로그램이 켜져 있다. 이날 시작한 39시간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모니터다. 사업단에서 “잠시 후 ‘추기경의 오월’이 계속됩니다”라는 공지를 썼다. 한 이용자가 “김수환 추기경인가”라고 묻자 콘텐츠를 소개하는 답글을 바로 썼다.

광주MBC 스마트미디어사업단은 3명의 PD가 주축이다. 여기에 사업 실무를 겸하는 직원 한 명과 조선대, 전남대 학생들이 산학 교류 차원에서 함께 일한다. 광주MBC는 2014년부터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를 시작했다. 최근까지는 이주형 팀장이 경영기획국에 소속돼 일을 해왔는데 송일준 사장 취임 후 별도 조직을 만들면서 투자를 시작했다. 

5월 17일 금요일 오후 광주MBC 스마트미디어사업단을 방문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모니터하는 이주형 팀장(왼쪽)과 박병규 단장(가운데). 사진=금준경 기자.
5월 17일 금요일 오후 광주MBC 스마트미디어사업단을 방문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모니터하는 이주형 팀장(왼쪽)과 박병규 단장(가운데). 사진=금준경 기자.

 

광주MBC의 유튜브는 종합 콘텐츠를 올리는 ‘광주MBC’(구독자 3만3000여명)와 뉴스를 올리는 ‘광주MBC뉴스’(구독자 2만500여명)가 주축이다. 여기에 장르별 서브채널인 ‘문화콘서트 난장’(1만6000여명) ‘국민의 뽕짝’(구독자 4300여명) ‘얼씨구TV’(구독자 4800여명) 등을 만들었다.

39시간 라이브 편성은 과거 광주MBC에서 제작해온 5·18 관련 콘텐츠와 주요 행사 현장 생중계를 결합해 편성했다. 5·18 주요 사적지 코스를 탐방하며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미션을 하는 콘셉트의 스마티어링(Smart-phon+Orienteering) 행사도 유튜브에 연계했다.

이주형 팀장은 “저도 광주 출신인데 광주사람조차도 5·18을 자세히는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5·18을 알리고, 우리 채널도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업단을 총괄하는 박병규 단장은 “지금 생중계 콘텐츠가 아니라 구작을 틀어놨는데 500명씩 동시접속하고 있다. 작지만 우리에게는 큰 성과”라고 했다.

박 단장은 “지역방송은 지역을 위한 채널이긴 하지만 콘텐츠가 권역을 넘지 못하는 건 한계였다. 이제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이 부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뉴미디어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데 뉴미디어 덕에 우리 콘텐츠가 확장하고 있다.”

광주MBC는 유튜브를 ‘아카이빙’ 공간으로 활용한다. 양질의 콘텐츠지만 신작이 아니기에 다시 조명받을 수 없었던 작품들을 가공해 올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미공개 광주 연설 영상처럼 예전 기록들을 시의성에 맞게 ‘발굴’하기도 한다. 박 단장은 “방송은 재방, 삼방하면 끝난다. 썩히던 테이프였는데 유튜브는 영상을 올리는 순간 포에버, 영원히 볼 수 있다”고 했다. 19년 전 제작한 5·18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는 조회수 38만회를 기록했고 도올 김용옥,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강연 영상들도 수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광주MBC 유튜브 채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올린 광주 경선 당시 미공개 풀 영상.
광주MBC 유튜브 채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올린 광주 경선 당시 미공개 풀 영상.

 

광주MBC 유튜브 콘텐츠 목록. 기존 콘텐츠를 가공한 영상이 많다.
광주MBC 유튜브 콘텐츠 목록. 기존 콘텐츠를 가공한 영상이 많다.

어느 언론사나 유튜브의 낮은 수익성은 최대 고민거리다. 유튜브가 수익창출이 되긴 하지만 대형 언론에게 투자 대비 효율이 크지 않다. 박병규 단장은 “우리 인건비 대비 수익으로 따지면 좋지 않다”면서도 “애드센스 광고수익만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나도 유튜브 잘 모른다. 그래도 계속 배우는 이유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이 위기인데 지역방송은 더 하다. 광고매출 떨어지고 경쟁 매체는 점점 늘어난다. 유튜브 구독자 150만명 이상인 채널이 얼마나 많나. 이 정도면 광주 MBC 가시청권과 같다. 우리는 끓는 물 속 개구리 신세인데, 이 안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목포MBC의 손혜원 보도가 유튜브가 없었다면 전국에 알려질 수 있었을까. 경남MBC의 유튜브 개표방송도 그렇게 주목을 받을 수 없었을 거다. 우리가 아무 것도 안 하면 0이지만 시도를 하면 0.001이라도 만들 수 있다.”

‘서브채널’은 강점이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편성했다. 이 팀장은 “우리의 강점을 고민한 결과 전라도 지역의 ‘소리’가 주목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국악 콘텐츠를 가공해 ‘얼씨구TV’를 만들었다. 중장년층이 유튜브를 많이 보니 그들에게 맞는 음악 콘텐츠로 ‘국민의 뽕짝’ 채널도 만들었다. 이번에 미스트롯 1등을 한 송가인의 어머니가 진도 씻김굿 명인이신데, 이 분에 대한 영상이 덩달아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고인이 된 진도 씻김굿 대가 박병천씨 영상 조회수도 올랐다. 어떤 이용자가 ‘송가인 보고 타고 타고 오다가 이분까지 봤다’는 댓글을 남겼다.” 

오리지널 콘텐츠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요즘 것들의 경제’를 통해 경제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제작해 올리고 있다. 이 팀장은 “오리지널리티도 좋지만 우리가 젊은 감각이지도 않고 여건도 좋지는 않다. 기존에 우리가 만들어온 콘텐츠를 바탕으로 기반부터 쌓아야 한다”고 했다.

광주MBC의 도전은 시작 단계다. 이 팀장은 “지역 MBC에서 뉴미디어 협의체를 만들었다. 다들 동병상련 분위기가 있는데 서로 의견교류를 하고 노하우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박 단장은 “와썹맨처럼 앞으로 IP(지적 재산권) 확보가 가능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다. 꼭 예능이 아니더라도 지역방송에서 할 수 있는 디지털 오리지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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