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 조사 실무를 맡았던 김영희 변호사가 “현재 남아 있는 4장의 ‘장자연 문건’ 외 조사단이 취합한 리스트 이름은 13명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이 사건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현재 남아 있는 ‘장자연 문건’ 외 추가 ‘리스트’의 진상 규명은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현재 남아있지 않은) 나머지 3장이 서술형이든 이름만 모아놨든, 어쨌든 거기에 이름들이 적혀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2일 KBS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2009년 수사 당시에 문건을 본 사람은 모두 ‘리스트가 있었다’고 했고, 구체적으로 거기의 이름들도 다 수사 기록에 남아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름만 모아놓은 게 아니더라도 그 이름들은 남아 있는 것이고, 그것은 현재 장자연 문건에 남아 있는 4장 속에는 없는 이름들”이라고 설명했다. 

대검 조사단이 2009년 수사 기록을 검토한 결과, 고 장자연씨에게 문건을 쓰게 한 유장호씨(전 소속사 총괄매니저)는 경찰 수사에서 “장씨가 추가로 건네준 편지 형식의 3장에는 김종승(소속사 대표)과 싸우면서 조심해야 할 사람들의 ‘명단’이 기재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22일 방송된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 화면 갈무리.

유씨에 따르면 장씨가 숨진 후 그는 서울 봉은사에서 장씨의 유족, 윤지오씨를 만나 7장으로 된 문건 원본과 사본을 모두 유족에게 전달하고 그 자리에서 모두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씨 사망 직후인 2009년 3월12일 유씨는 윤지오씨와 통화에서 “내가 이거(문건) 경찰서 넘길 때도, 목록이랑 그런 건 넘길 생각이 없었다”며 “죽은 사람인데 술 접대 나갔다고 하고 이런 게 뭐가 좋아. 솔직히”라고 말한다.

윤씨 역시 지난 2010년 이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본 장자연 문건에 “피해 사실이 적혀있는 것도 있고, 성함과 성상납 강요를 받았다고 기재돼 있는 것도 있었다”며 “어떠한 장에는 성함만 기재돼 있으면서 어떠한 언론사에 누구, 어디 무슨 회사의 누구라는 식으로 기재돼 있는 것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지난 3월에도 대검 조사단에서 장씨가 남긴 문건에서 언론인과 정치인의 이름을 봤다고 진술했다. 윤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윤씨가 문건에서 봤다는 이름은 조선일보 관계자 3명과 국회의원 등이었다. 

김영희 변호사는 “어쨌든 장씨가 피해로 언급했던 것과 연관이 있는 그 누군가의 이름들은 있다. 그 이름을 우리가 다 취합을 해보니까 리스트를 봤다고 한 사람들이 진술한 이름은 13명이었다”며 “그런데 과거사위가 ‘실체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으니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22일 방송된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 화면 갈무리.

아울러 김 변호사는 과거사위가 장씨에 대한 성폭행 의혹 수사 개시 검토 의견을 채택하지 않은 것도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지금 조사단의 검사들이나 위원회는 마치 당장의 모든 증거가 수집돼서 기소할 정도가 돼야만 수사 권고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너무 좁게 판단했다는 게 가장 문제”라며 “조사해본 결과 수사할 만한 대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로 넘기는 거지, 우리가 직접 기소를 하는 게 아닌데 조사와 수사를 구별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장씨가 성폭행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술은 윤지오씨뿐만 아니라 유장호씨에게서도 나왔으며, 유씨의 소속사에 있던 배우 이미숙씨에게 ‘문건에 술 또는 물에 약을 탔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들었다는 한 드라마 감독의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유장호의 최초 진술 및 정아무개 감독, 윤지오의 진술을 종합하면 장자연이 성폭행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구체적인 가해자,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을 알 수 없으므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객관적 혐의가 확인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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