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24일자 칼럼에서 박정희를 노무현처럼 대접해주지 않고 5·18을 달리 볼 수 없게 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최 선임기자는 이날 ‘최보식 칼럼’ ‘光州와 봉하마을, 누가 불편하게 만드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년 성대한 행사를 두고 “노무현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하다”며 “그가 던진 지역주의 타파는 여전히 이념과 진영의 논리를 떠나 함께 풀어야할 과제”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 10주기나 각종 문화 축제에 대해 보수 쪽 사람들 마음속엔 어떤 불편”하다며 “현 정권 사람들이 ‘노무현은 보수·진보 진영을 떠나 소중한 가치’라며 이렇게 떠들썩한 행사를 벌이면서, 왜 보수의 상징적 인물에 대해서는 그렇게 야박했느냐”고 토로했다. 특히 최 선임기자는 2년 전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맞았을 때 현 정부가 개입해 기념우표 발행과 동상 건립을 무산시킨 것에 “‘박정희’ 이름을 걸고는 기념 음악회 장소를 빌리기도 어려웠다”며 “현 정권에서 ‘박정희 가치’는 한낱 조롱거리”였다고 썼다. 그는 “자기들만 가치 있고 대접받을 수 있다는 도덕적 오만(傲慢)”이라고 힐난했다.

노무현과 박정희를 같은 선에 놓을 수 있을까. 노무현은 선거로 집권했지만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다. 전두환 노태우가 내란죄로 처벌받았듯이 박정희도 민주정부가 들어섰을 때까지 살아있었다면 내란죄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본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대접받기를 원하면 역사 앞에 반성하고 뉘우치는 게 우선이다.

지난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최 선임기자는 문 대통령이 5·18 39주기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한 발언에도 시비를 걸었다.

그는 천안함 피격은 북한과 무관하다든가, 세월호 침몰에는 정권이 개입됐다는 주장에 침묵하던 대통령이 왜 이 부분에만 민감하냐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광주 사태’를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화하고 특별법으로 보상해준 게 ‘독재자의 후예’인 보수정권(김영삼 정부)이었다면서 “그렇다 해도 개인은 다른 각도에서 광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게 민주화를 거쳐 획득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며 “이를 ‘독재자의 후예’ 운운하는 게 바로 독재자적 발상”이라고 했다.

신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뒤 광주에 내려가 시민을 짓밟고 총칼로 목숨을 빼앗았다. 살인이었다. 이 사실은 북한군 개입 같은 허상을 아무리 뒤집어씌우려 해봐야 바뀔 수 없다. 양민학살을 폭도진압이라고 정당화하는 게 과연 ‘민주화를 거쳐 획득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일까. 

조선일보 2019년 5월24일자 34면
조선일보 2019년 5월24일자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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