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인권영화제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기억의 전쟁(이길보라 감독)’을 예정대로 상영했다. 상영 ‘물리 저지’를 예고한 월남전참전자회 측은 영화를 관람했지만 상영 앞뒤로 마찰을 빚어 영화제 측과 경찰이 수차례 제지했다.

인천인권영화제는 22일 저녁 7시40분께 인천 주안동 ‘영화공간 주안’에서 1968년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퐁니‧퐁넛 마을 학살에 관한 영화 ‘기억의 전쟁’을 상영했다.

인천인권영화제가 22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기억의 전쟁’을 예정대로 상영했다. 월남전참전자회 측은 상영 앞뒤로 마찰을 빚어 영화제 측과 경찰이 제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인천인권영화제가 22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기억의 전쟁’을 예정대로 상영했다. 월남전참전자회 측은 상영 앞뒤로 마찰을 빚어 영화제 측과 경찰이 제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인천지부 소속 160여명은 상영 3시간 전인 오후 4시 반부터 극장 앞에서 군복을 입은 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월남참전유공자 폄하 말라” “50년 전 전쟁에 대한 20대 여성 영화감독의 허구를 사실인 양 광고하는 언론을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이들은 6시께 극장 홀에서 주먹으로 바닥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질렀다. “빨갱이다”, “구경하겠다”며 상영관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복 경찰과 주최측이 이들을 막았다.

경찰 100여명이 이날 투입돼 대기했다. 참전자회 측 방해로 상영이 늦어지자 정복 경찰이 극장에 들어오려 했지만, 주최측은 “정복 경찰을 인권영화제 내부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뒤 돌려보냈다.

인천인권영화제가 22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기억의 전쟁’을 예정대로 상영했다. 월남전참전자회 측은 반대 집회를 열고 상영 앞뒤로 마찰을 빚어 영화제 측과 경찰이 제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인천인권영화제가 22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기억의 전쟁’을 예정대로 상영했다. 월남전참전자회 측은 반대 집회를 열고 상영 앞뒤로 마찰을 빚어 영화제 측과 경찰이 제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 참전자회 회원은 영화 주최측에 “우리에게 (협조 구하는) 공문을 보냈어야 했다. 만약 당신의 아버지를 학살자라고 지목한다면 인정하겠느냐”고 거듭 물었다. 이에 영화제 조직위 집행위원은 “이길보라 감독의 경우도 할아버지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이길 감독은 진실을 알기 위한 여러 활동을 했고, 이 영화는 억울하게 숨진 민간인은 없었는지 밝히고,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관객 100여명이 영화를 관람한 가운데 참전자회에선 20여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이들은 상영이 끝나고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주최측은 이들에게 발언 기회를 줬지만, 일부 문제 발언엔 “전쟁에 반대한다는 인권영화제 취지에 반하거나, 민간인 희생이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는 표현은 단호히 거부한다”며 했다.

22일 영화 ‘기억의전쟁’ 상영을 앞두고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 기선 집행위원이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2일 영화 ‘기억의전쟁’ 상영을 앞두고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 기선 집행위원이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주최측은 이날 상영을 두고 “영화제 조직위가 오늘 할 수 있는 게 뭘까 많이 고민하고 토론했다. 그 결과 진실 자체, 혹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앞서서 우리가 모든 말을 다 해 버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관객은 영화를 해석하는 법을 잘 찾아갈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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