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재정보조금 제도 폐지를 촉구한 청와대 청원이 20만명을 넘겨 청와대 입장발표만 남겨둔 가운데 연합뉴스 직원들이 직접 토론회를 열어 “속보보단 정확성을, 트래픽보단 보도 질을 우선하자”는 중지를 모았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홍제성)는 지난 9일 오후 5시30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위와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4월 서명자 36만명을 넘긴 재정보조금 폐지 청원을 계기로 반성 차원에서 기획된 토론회엔 내부 임직원 30여명이 참여해 2시간 가량 토론했다. 

‘속보보단 정확성’이란 제언이 가장 많이 나왔다. 뉴스 생산·소비 공간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통신사를 비롯한 모든 언론의 보도 속도가 빨라졌고 이에 따라 정확성이 속보 경쟁보다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5월9일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가 주최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위와 역할' 토론회 풍경. 사진=연합뉴스지부
5월9일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가 주최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위와 역할' 토론회 풍경. 사진=연합뉴스지부

 

이주영 IT의료과학부 기자는 “노조가 회사 측에 신뢰도가 충분히 제고될 때까지 정책적으로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며 “경영진, 편집총국장부터 기자들까지 일정기간 정확한 기사를 쓰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하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건의 맥락을 짚는 심층 분석기사’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지부는 “빠른 시간 내에 심층 분석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기자들의 전문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문인력 확충 등의 노력을 회사에 촉구했다. 외신기사나 해외 유명인사 트위터 오역으로 곤욕을 치렀던 전력과 관련해 “워싱턴 등 특정 지역에서는 현지 인력을 채용해서 쓰는 것도 효율성을 높이고 오보의 위험성을 줄이는 방법”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를 위해 트래픽, 기사 수 등 양적 지표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단 쓴소리도 나왔다. 토론회 일각에선 “전날 성과를 평가하는 부서별 보고가 기사의 품질과 내용보다는 포털 상의 반응과 트래픽 유도 효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편집회의 기조는 기자와 데스크를 선정주의 유혹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1일 컨텐츠 3000건’의 대외적 허수 뒤에 숨지 말고 기사량이 적더라도 기사 하나하나에 정보 전달의 기능을 넘어선 어떠한 울림을 담아야 한다”며 “‘보도자료 들어와서 처리했다’ ‘안 쓰면 깨질 것 같아서 썼다’ ‘남들이 다 쓰니깐 썼다‘가 아닌 기사 작성 이유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3000건은 연합뉴스가 통상 하루 동안 생산하는 기사, 사진기사, 그래픽 등 컨텐츠 개수다. 

신뢰 위기의 본질은 지난 10여 년간 누적된 불신이라는 지적도 있다. 권영전 디지털기획부 기자는 ”지금 연합뉴스의 신뢰도 추락 위기는 최근 몇 개 게이트키핑 실수 때문이 아니라 몇 년 묵은 것“이라며 “상부로부터 잘못된 지시가 내려오면 계속해 일선 기자들이 항의하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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