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과 조선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청룡봉사상 수상이 경찰 진급에 영향을 주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경찰청은 청룡봉사상 폐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 18개 언론‧시민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청룡봉사상을 폐지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룡봉사상이 2년간 폐지된 적(2007~2008년 수상자 없음)이 있다며 지금도 폐지가 무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청룡봉사상은 경찰청과 조선일보사가 공동 주관하는 상이다. 경찰청이 조선일보와 합동으로 심사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수상 경찰관에게는 부상으로 상패와 상금 외에 ‘1계급 특진’ 인사 특전이 주어진다.

특정 언론사가 심사해 경찰공무원에게 인사 특전까지 주어지는 것에 그간 국회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18개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조선일보, 경찰청 청룡봉사상 공동주관 및 수상자 1계급 특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18개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조선일보, 경찰청 청룡봉사상 공동주관 및 수상자 1계급 특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언론‧시민단체들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룡봉사상 폐지 여부는 관계부처와 관계 언론사와 종합적으로 의견수렴해가면서 전체적으로 검토를 계속 해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하고 폐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민 청장은 타 부처의 유사 사례를 강행 근거로 삼고 있는데 어린아이가 ‘왜 나만 갖고 이래’라며 징징대는 꼴”이라며 “경찰은 잘못을 조사해 바로 잡는 수사기관인데 타 부처 핑계를 대지 말고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은 조선일보가 협박하고 상주며 맘대로 어르고 달래 희롱해도 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조선일보와의 청룡봉사상 공동주관을 당장 폐지하고 조선일보에 내준 경찰 1계급 특진 인사권을 환수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20일 검찰과거사위는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있다고 결론 내리고 검경의 초기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며 “진상조사단은 청룡봉사상의 공동주관 폐지를 만장일치로 권고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은 “경찰 등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언론이 그 권력의 인사권을 가지게 되는 허무맹랑한 제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민 청장은 반성하고 청룡봉사상을 당장 없애라”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 시민단체는 2006년 청룡봉사상이 공동주관을 잠시 폐지 결정한 것을 언급하며 “그동안 방침이 바뀌었느냐”고 반문했다.

청룡봉사상 수상자 목록. 2007년과 2008년 이 시상식이 미개최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청룡봉사상 홈페이지.
청룡봉사상 수상자 목록. 2007년과 2008년 이 시상식이 미개최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청룡봉사상 홈페이지.

2006년 경찰청은 해당 상의 공동 주관을 폐지 결정하며 “정부기관의 고유 권한인 인사 평가를 특정 언론사 행사와 연결하는 것은 부작용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공무원 인사 원칙 문제에 있어서도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청룡봉사상 홈페이지를 보면 2007~2008년 시상식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 확인된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민 청장이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에 비춰보면 아직 폐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2006년 언론사가 인사권에 개입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폐지 결정을 내린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철회하는 게 무리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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