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후 언론이 보도한 핵심어를 추려 연결망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고단한 야당 정치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보도 경향을 보였고, 한겨레는 탈권위주의 등 긍정적 가치에 무게를 둔 보도에 집중했다.

이완수 교수(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와 최명일 교수(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는 “한국 대통령 죽음에 대한 집단기억 :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사후평가에 대한 미디어의 언어구성”이라는 논문에서 “대통령 죽음에 대한 미디어의 추모는 공적 측면에서 해석되고,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집단적 정서를 대변”하며 “미디어를 통한 공적 기억은 때로는 정치적이며 사회적 구조와 권력구조를 포함한다. 뉴스언어는 이를 작성하는 미디어의 이념적 경향에 따라 주관적으로 구성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런 전제 아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던 조선일보와 우호적 입장을 취했던 한겨레, 중도적 성격의 한국일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5월 23~30일까지 노 대통령 죽음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분석했다.

단순 사실기사를 빼고 조선일보 기사는 3건, 3818개 단어, 한겨레는 16건 기사, 1만2558개 단어, 한국일보는 10건 기사, 8996개 단어가 분석대상이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봉하마을 사저에서 참모들과 회의 중 말씀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노무현재단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봉하마을 사저에서 참모들과 회의 중 말씀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노무현재단

 

연구는 언어 연결망 분석기법을 사용했다. 언어 연결망 분석은 컴퓨터 기반 메시지 분석기법으로 텍스트 속 의미구조를 자동으로 밝혀낸다. 기사 제목과 단락을 분석 단위로 삼아 자료를 입력한 뒤 핵심어를 정하고 언론사별 5번 이상 노출된 핵심어를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해 핵심어 사이 행렬 자료를 만들어 연결망을 분석했다.

이 기법으로 조선일보 보도를 분석한 결과 35개의 핵심어가 나왔다. 대한민국(14회), 국민(13회), 권력(12회), 정치(12회), 수사(11회), 검찰(10회) 등이다. 5회 이상 출연 빈도를 보인 핵심어를 대상으로 한 ‘연결정도 중앙성’은 정치(.065), 민주당(.044), 대선(.035), 대한민국(.031), 부산(.029), 후보(.029), 총선(.025) 등으로 나왔다.

조선일보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연결망 분석.
조선일보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연결망 분석.

논문은 “핵심어 빈도로 노무현 대통령 비리 수사와 관련한 보도가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연결정도 중앙성을 통해서는 야당 정치인으로서 걸어왔던 이력과 도전 보도가 많았다”면서 “비리 수사는 단편적 사실을 전달하는 반면, 야당 정치인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헤쳐 온 정치적 행로를 국가, 지역, 선거(당선과 낙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를 재현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6개 핵심어가 등장했다. 사람(58회), 우리(56회), 국민(34회), 죽음(29회), 꿈(26회), 지역주의(26회), 길(25회), 사회(25회), 정치(24회), 권력(22회), 변호사(22회), 삶(17회) 등이고, 연결정도 중앙성으로 보면 우리(.062), 사람(.051), 정치(.05), 사회(.038), 국민(.032), 죽음(.031), 주류(.029), 권력(.025), 지역주의(.024), 길(.023), 꿈(.021) 등이 핵심어의 주요 역할로 나왔다.

논문은 “(한겨레 보도는) 노무현 대통령을 국민 중심적이고, 탈권위적 지도자로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국민(47회), 서거(24회), 정치(21회), 우리(20회), 추모(20회), 업적(17회), 퇴임(16회), 검찰(15회), 사람(13회), 충격(13회), 가치(12회), 삶(12회), 고인(11회), 비극(11회), 이명박(11회) 등 68개의 핵심어가 등장했고, 연결정도 중앙성으로 보면 국민(.045), 정치(.039), 우리(.036), 서거(.025), 업적(.023), 검찰(.019), 추모(.018), 사회(.018), 선거(.017), 총선(.016) 등의 핵심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겨레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연결망 분석
한겨레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연결망 분석

조선일보에만 등장하는 핵심어는 낙선, 대한민국, 박연차, 여당, 정치권 등 5개였다. 박연차 같은 핵심어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와 관련한 부정적 보도를 뜻한다.

반면 한겨레에만 등장하는 핵심어는 가슴, 기득권, 민주주의, 비주류, 성공, 세력, 역사, 인사, 인터넷, 정책, 정치인, 좌절, 주류, 청와대 등이었다. 논문은 “노무현 대통령의 형식 파괴와 탈권위 등과 같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노력이나 시도에 초점을 맞춘 차별적 보도”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에만 등장하는 핵심어는 가치, 갈등, 감동, 관계, 국회, 권위, 분향소, 비리, 선거, 업적, 열린우리당, 이명박, 청문회, 출마, 충격, 측근 등이었다. 논문은 “가치, 감동, 업적 등과 같은 노무현 대통령에 긍정 보도와 갈등, 비리, 측근 등과 같은 부정 보도가 동시에 기억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전체 연결망 구조에서 상관관계가 높은 핵심어들 사이의 연결관계를 파악해 연관성이 높은 핵심어들끼리 집단을 구분해주는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 보도는 ‘정치 인생’, ‘탈권위’, ‘충격적 죽음’, ‘정치적 연대’, ‘정치 도전’, ‘지역주의’, ‘비리수사’ 등 8개 하위집단으로 구분됐다. 논문은 “‘정치 인생’ 집단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도전과 삶, 비리수사 이후에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기억했다. 또한 인간적 측면에서의 ‘탈권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충격적 죽음’, 기존 정치인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정치적 도전’ 등과 같은 집단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관련 보도도 비교적 많이 다뤄졌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보도도 ‘정치적 인생’, ‘이상주의’, ‘애도’, ‘탈권위’, ‘지역주의’ 등 8개의 하위 집단으로 구분됐는데 “‘정치 인생’과 같은 집단을 통해 야당 정치인으로 도전과 우직한 삶에서부터 대통령 재임 시절 언론과 검찰과 갈등, 퇴임 이후 서민적 모습까지 힘든 삶의 여정에 주목해 보도했다”고 분석됐다.

논문은 “‘이상주의’, ‘탈권위’, ‘탈지역주의’, ‘정치도전’ 등과 같은 의미집단을 통해 정치인의 이상, 도전정신, 새로운 정치문화 등에 대한 회고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줬다. 또한, ‘극단적 선택’ 집단을 통해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통령의 자살과 고인에 대한 국민의 애도에 대한 보도도 강조되어 다뤄졌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보도 분석 결과도 한겨레와 비슷했다. 논문은 “‘정치인생’과 같은 집단을 통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인생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을 시도한 보도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치적 갈등’, ‘비리’ 등과 같은 집단을 통한 퇴임 후의 검찰수사 보도와 함께 ‘정치도전’과 같은 집단을 통해 탈권위, 탈지역주의와 같은 정치적 개혁을 시도한 노력에 가치를 두고 보도했다. ‘정치적 회생’과 같은 집단을 통해 유례 없던 탄핵 정국을 보도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청문회’, ‘스타’ 등과 같은 집단을 통해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부상한 개인적 일화보도를 중심으로 보도해 다른 신문과 차별적”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조선일보는 비리수사와 함께 정치적 도전과 연대, 지역주의 타파 등 고단한 야당 정치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반면에, 한겨레는 국민 지향성, 정치적 도전, 이상주의, 탈권위주의, 탈지역주의 등 비교적 긍정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둔 편이었다. 특히 한겨레는 그의 죽음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 비극, 애도 등의 언어를 많이 사용해 안타까운 죽음을 회고하려는 흔적을 드러냈다. 한국일보는 정치인생, 청문회, 스타, 정치적 갈등, 정치적 희생 등 그의 정치적 전 생애를 고르게 다루는 기억방식을 보였다. 각 언론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 인생, 정치적 도전 보도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변호사 출신의 무명 정치인이 대통령 당선까지 도전과 실패, 성공과 좌절에 대한 상징 언어를 대비해 기억했음을 보여준다”고 결론냈다.

논문은 “대통령 죽음에 대한 집단기억체계가 이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이념성에 따라 다르게 구축된다는 점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동일한 대통령의 죽음이라도, 어떤 신문은 긍정 상징을 함축한 언어를 중심으로 상기하고 강조하는 반면에, 다른 신문은 부정 상징성을 내포한 언어에 비중을 두고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죽음은 공평하고,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이념적이고, 사회의 권력관계에 따라 편향적으로 상징화되고 기억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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