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연합군’ ‘이라크전’ 등의 용어가 미국 중심의 가치판단을 반영한 말이라는 오해를 더 이상 사지 않기 위해 내부적인 토론을 거쳐 중립적인 용어로 바꾸기로 했다. MBC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관련보도나 리포트에서 쓰는 용어와 관련, 지난 1일 아침 편집회의에서 △미영 연합군 또는 동맹군 등으로 표현하는 대신 미영 ‘합동군’으로 △이라크전이라는 표현 대신 ‘미·이라크 전’으로 지칭하기로 결정했다. MBC는 특파원·앵커·기자·아나운서 들에게 이같은 방침을 전달하고, 이날 뉴스부터 통일된 용어를 쓰고 있다.

그동안 MBC 보도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일으킨 전쟁에 대해 ‘미·영 연합군’이라는 용어 등을 쓰는 것은 진실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밤 9시 뉴스의 경우 기자는 미·영 연합군이라고 말하고, 앵커인 엄기영 이사는 미·영 동맹군이라고 표현하는등 기자와 앵커의 용어사용이 엇박자를 이루기도 했다.

MBC 보도국은 이날 편집회의에서 연합이라고 할 것인가, 동맹이라고 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한 끝에 중립적인 표현인 ‘합동군’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신경민 국제부장은 “이 용어의 영문 원어는 ‘coalition’으로 사전적 의미가 연립, 연합, 합동 등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비교적 중립적인 제3의 용어라는 판단에서 이 말로 통일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용어통일로 보도를 내보낸 뒤 일부 현직 군인으로부터 ‘합동군이라는 말은 군에서 잘 쓰지 않는 말이고, 연합군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는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는 신 부장은 “그러나 반드시 군에서 쓰는 말이 옳다고 볼 수도 없는 일”이라며 정한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그동안 ‘이라크전’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해왔지만 미군이 이라크를 침략한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판단에 따라 가장 중립적인 ‘미·이라크전’이라는 용어로 통일했다. 신 부장은 “미국과 이라크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라크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히 못해 중립적인 용어를 선택한 것”이라며 “균형있는 보도를 위해서는 용어정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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