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오홍근 논설위원이 자신의 칼럼 내용에 대해 논설주간이 수정·보완 지시를 내리자 이를 거부했다가 결국 칼럼이 게재되지 않자 항의사표를 제출했다.

오 위원은 지난 17일 다음날 게재 예정이던 자신의 기명칼럼 <‘죄없는 죄인’, ‘죄있는 죄인’>에서 “홍준표 의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홍문종 의원은 유죄를 인정했던 반면 홍준표 전 의원이 명백한 선거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으면서도 이를 편파사정에 따른 정치보복이라고 밝힌 것은 부당하다”는 요지의 칼럼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 위원은 이 칼럼에서 “최근 사법부가 총풍 판결에서 보듯 ‘바람’을 타지 않고 있는데도 한때 추상같은 법 집행자였던 사람이 총선 중 선거법을 어긴데 이어 유죄판결까지 인정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준법 위반”이라며 “‘정치보복’ ‘편파사정’ ‘명예회복’ 등의 말들의 제자리를 확실히 찾아줘야 할 때이다”고 밝혔다.

오 위원의 칼럼에 대해 송진혁 논설주간은 강한 이의를 제기했으며 특히 명예훼손 소지 등을 이유로 홍 전의원 사례와 함께 다른 사례도 함께 작성하라는 등의 칼럼 수정, 보완 지시를 내렸다.

이와 관련 오 위원은 “사안 자체가 워낙 분명하고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며 이같은 지시를 거부했다. 오 위원의 칼럼은 결국 게재예정이던 18일자에 실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송 주간은 오 위원과의 면담에서 “올해들어 오위원이 작성한 두 가지 칼럼에 대해서도 사내에서 말이 많았다”고 말해 오 위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오 위원은 20일 ‘칼럼 미게재’의 부당성에 항의, 사표를 제출했다. 오 위원은 “칼럼 미게재는 물론 이전 칼럼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며 문제를 삼는 것은 나를 길들이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회사에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송진혁 논설주간은 이에 대해 “홍준표 전 의원이 시비를 걸고나올 염려가 됐고 또한 초선 의원 한 사람을 놓고 칼럼이 작성돼선 안된다고 생각해 일반론 속에 사례로 다루는 것이 좋지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 주간은 오위원의 이전 칼럼을 문제삼은 것과 관련, “오 위원이 친정부적인 컬럼을 썼다는 것과 (이번 사건을) 결부지어서는 안되며 언론사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데스크와의 이견문제로 보아야 한다”며 “신문을 만들다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냐”고 밝혔다. 송주간은 또한 “면의 책임을 맡은 입장에서는 기명 칼럼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이 빈약하다거나 수준미달일 경우, 고칠수도 있고 못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신문사의 논설주간은 “사설의 경우는 주간이 전면적 수정이나 미게재를 결정할 수 있으나 기명칼럼의 경우에는 실정법위반이나 국시위반을 한 경우 그리고 사실관계가 잘못됐을 경우가 아니라면 칼럼 전체의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거나 게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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