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박정삼 신임편집국장이 지난 18일 편집국에서 한 취임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 신임국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견습기자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일보가 망한 이유는 견습출신 기자들이 분파를 형성해 배타적으로 유능한 외부인사들을 영입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며 조선일보가 성공한 것은 견습기자 출신보다는 유능한 인사들이 외부에서 영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으로 국민일보 기자들이 발끈, 항의가 잇따랐다. 국민일보 노동조합은 이와 관련, 19일 <견습 기자들이 신문사 망하게 한다구?>란 성명을 통해 “직장과 직책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전 직장과 자신의 출발점이기도 한 후배 수습기자들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그가 과연 국민일보 편집국의 수장으로서 앞으로 편집국 활성화와 공정보도, 편집권 독립에 대해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박국장으로부터 발언파문의 배경과 지면전략을 들어보았다.

―전 직장을 망했다고 표현했는데 몸담았던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무자격자가 외부에서 왔다는 노조의 대자보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정직하게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하다 표현상 실수를 한 것 같다. 처음에는 ‘사양길’이라고 표현했다가 한번 ‘망한’이란 표현을 했는데 실수였다.”

―견습기자제를 비판했는데. 이에 대한 내부의 반발이 심하다.

“나에 대한 기자들의 문제제기를 잊지 않겠으니 나를 받아들여 달라는 얘기를 하다가 나온 얘기였다. 표현이 정제되지 못했지만 변화되는 세상에 신문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는 한국일보에 있으면서도 계속 주장했던 바이며 평소의 소신이다.”

―편집국 경력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취임사에서도 밝혔지만 나의 부족한 부분은 인정했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더 열심히 뛰어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세상의 변화를 파악하는 능력이나 편집국장으로서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의 측면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경영과 관련한 경력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내부의 걱정에 대해 계속 염두에 두면서 일을 해나가겠다”

―외부인사라는 점때문에 내부 반발이 있는데.

“기자는 소속사가 어디냐는 문제보다 하나의 언론인으로서 사회가 던져준 숙제에 대해 공동체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계 선후배 사이로 쉽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지면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국민일보의 사시인 사랑, 진실, 인간 즉 휴머니즘의 정신을 구현하겠다. 정보가 무수히 쏟아지는 상황에서 어떠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느냐가 중요한데 특히 국민일보의 사시인 기독교적 사랑의 냄새와 색깔이 면마다 나오도록 하겠다.”

박 신임국장은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80년 기자협회의 검열철폐운동을 주도했다가 해직됐다. 그후 프로야구 청보핀토스 단장, 프로야구 태평양돌핀스 단장 등을 거쳐 88년 서울경제신문 증권부장 직무대행으로 한국일보에 복귀, 한국일보 전국부장대우, 체육부장, 서울경제신문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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