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의 등급제가 단막극에 이어 일부 연속극에도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11월부터 규정위반시 벌칙규정 적용을 앞두고 등급제 자체의 연착륙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KBS가 지난 7월부터 자사 단막극의 드라마 등급제를 실시한 이후 벌칙규정 적용을 한 달 앞둔 10월 들어서는 각 사의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 등 간판급 드라마에도 등급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SBS도 10월부터 드라마를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시범적으로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고 지난 8월부터 <베스트극장>과 특집극 등 일부 드라마 장르에만 등급제를 적용해 왔던 MBC 역시 오는 21일부터 전면적인 프로그램 등급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등급제는 △모든 연령 시청가능 △7세 이상 시청가능 △15세 이상 시청가능 △19세 이상 시청가능 등 모두 4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또 흰색 테두리와 노란색 바탕의 원형에 검정색 숫자로 시청가능 연령을 표기하는 등급기호를 방송 시작 30초, 방송중 매 10분마다 30초 이상 표시하게 되어 있다.

만약 19세 이상 시청가능 등급이 되면 고정편성되어 있는 연속극이라 할지라도 밤 10시 이후 심야시간대로 이동편성해야 하며 이에 따라 관행상 낮시간대에 내보내던 재방송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등급분류 작업은 각 방송사의 심의실이 주관하고 있다.

11월부터 적용되는 벌칙규정은 이같은 등급분류와 자막 고지를 하지 않을 때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고 부적절한 등급분류시에도 협의를 거쳐 적절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같은 드라마 등급제에 대해 일선 드라마 PD들은 물론 편성국이나 심의실 관계자들도 모두 난색을 표하며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 방송사 심의실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사전제작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의실이 사전에 심의를 할 수 있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과 인력부족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등급제 운영에 있어 “만약 19세 이상 등급이 되면 편성이 마구 뒤틀리게 된다”면서 “이런 부담 때문에 내용상 19세 이상 등급을 매길 수밖에 없더라도 약간의 수정으로 15세 등급을 매기는 등 사실상 19세 이상 등급이라는 게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 심의실 관계자도 “제작 PD들이 등급 심의를 하기 전 희망등급을 기재해서 올리고 있다”면서 “가능하면 합의를 하려고 하지만 의견차이가 있을 경우엔 갈등의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등급은 방송사 자율적으로 심의팀이 맡아서 하고 있지만 회사에서도 시청률이 좋은 드라마에 한해서는 가능한 한 19세 이상 등급을 매기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방송사들은 현재 19세 이상 판정을 받은 드라마를 주말에 재방송하지 못하게 되자 문제가 되는 장면을 삭제한 채 등급을 낮추는 방식으로 재방송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재방송 문제는 광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위 심의평가실 관계자는 이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지난 5월 이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둔 이유는 인력보강 등 방송사 내부의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면서 “지금에 와서 다시 현실적인 이유를 드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편성이 뒤틀릴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드라마를 애초에 기획할 때 주 타깃층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드라마를 만든다면 편성이 흔들릴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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