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이 영화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던 기자에 대한 재임용 인사를 철회하고 노사가 윤리위원회 세칙안까지 마련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이후 언론계에 끊이지 않던 기자비리문제 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스포츠조선지부(위원장 이영식)가 열흘간의 집행부 밤샘농성부터 제작거부까지 벌이면서 회사측으로 하여금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게끔 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기자 윤리’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윤리 문제로 인한 언론사상 첫 집단행동이자 스포츠조선 창간 이래 첫 집단행동이었음에도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고, 이들이 투쟁대열에서 흔들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회사측은 제작거부기간 중 참가조합원의 집으로 “회사는 앞으로 회사에 불이익을 준 사원에 대해서 그에 상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인사상의 불이익도 줄 것”이라는 편지도 보냈지만 이를 받아본 아내가 걱정하면서도 “협박을 견뎌내겠다”는 요지의 글을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노사는 기자윤리 문제에서만큼은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윤리위원회 세칙에 ‘비리로 회부된 기자는 반드시 징계’ ‘직무 관련 비리로 검찰에 기소되면 정직 또는 해고’라는 조항을 삽입키로 했다. 이와 관련, 지부측 관계자는 “앞으로 노조가 살아있는 한 비리문제로 편집국을 떠난 기자가 다시 복귀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사는 기자간담회를 매월 갖고 인사와 사내문제에 대한 노조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기로 합의해 그동안 일방적으로 실시돼온 인사관행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도 따지고 보면 그동안 특정 인사권자가 자신의 친소관계에 따라 일방적으로 실시해온 인사관행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며 “앞으로 회사측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인사에 대해서 노조가 견제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사는 이 과정에서 이번에 한해 ‘편집국장 민선제’를 실시키로 합의해 첫 스포츠지 직선 편집국장이 탄생했다. 스포츠조선지부 관계자는 “편집국장 직선제를 이번에 한해서나마 실시하게 돼 창간 이래 기자들이 꿈꿔왔던 완전한 편집권 독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며 “내년에 있을 단협 때는 반드시 직선제를 정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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