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5월 17일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구속. 2002년 5월 18일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 구속. 묘한 우연의 일치를 이루고 있는 두 사건을 모두 취재한 기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현철씨에 이어 김홍걸씨 비리 의혹까지 취재를 한 기자들은 신문·방송사를 포함해 6∼7명 내외다. 이들은 5년 전 김현철씨의 구속 당시와 김홍걸씨의 상황을 비교해 볼 때 “형식적인 면에서 많이 닮아있다”고 말한다.

한 신문사 검찰 출입기자는 “아들의 비리를 언급할 때 보인 전·현직 대통령의 신경질적인 반응까지도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5년 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언론 보도다. 그저 검찰의 입만 바라봐야 했던 97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형국이 됐다는 게 기자들의 전언이다.

한 언론사 기자는 “김현철씨 때에는 비리 의혹을 폭로한 사람에게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반면 이번엔 천호영씨의 폭로에 이어 최규선씨의 녹음 테이프가 나오면서 의혹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며 “언론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보도를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고 얘기했다.

한 신문사 사회부장은 “5년 전만 해도 참고인들이 취재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기자들에게 얘기하는 등 나름대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어 “통신기기의 발달도 의혹 보도에 일조를 했다”며 “예전 같으면 취재대상이 잠적해 버리면 도리가 없었는데, 요즘은 휴대전화를 꺼놓더라도 용건을 녹음해 놓으면 필요에 따라 리콜이 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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