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민교회 지하. 좁은 공간을 세부분으로 나눠 5∼6명이 누울 수 있는 간이 침실, TV가 있는 휴게실, 그리고 사무실로 이뤄진 이곳이 몇 안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휴식처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집/중국 동포의 집’이다.

지난 4일 쉴새없이 내리는 장마비를 맞으며 다리를 절뚝이는 외국인 노동자 한 명과 이를 부축한 다른 한명이 들어서자 사무국장 양혜우씨가 문앞으로 나와 반갑게 맞았다. 문밖에는 의료보험카드 사용방법을 영어로 설명해 놓은 대자보와 한국어 강습 초급반, 중급반 모집 공고가 붙어있다.

지난 94년 문을 연 이 곳은 이제 산재를 당하거나 작업현장에서 말못할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휴식처가 됐다. 장기투숙을 하기에는 턱없이 좁은 곳이지만 갈 곳이 없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 25명 정도의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 동포들이 체류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까지 생각한다면 규모는 만만치 않다.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라는 멍에까지 안고 있는 이들. 지난해 자원봉사를 시작해 올해부터 정식 직원이 된 정유경(28)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상황을 “야만적이다”고 꼬집었다. 사회사업학과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대학원과정을 마친 그는 “미국에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기관도 제도화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들을 그저 저임금 노동력의 공급이라는 냉정한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외국인노동자 고용법 제정여부를 놓고 경총, 전경련등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 문제가 제도권에서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지금, 비제도권인 시민사회단체들의 손길이 그나마 우리의 양심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씨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알리고 후원자 모집을 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소식지 ‘손에 손잡고(hand-in-hand)’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프레스기에 손이 눌려 손가락이 잘린 사람, 다리가 골절된 사람, 한국에서 보낸 5년여 동안 문학을 전공했던 자신의 감정이 고갈됨을 느꼈다는 사람들의 애잔한 얘기들이 실려있다.

아직 5명의 상근자들중에서도 이들의 언어를 완벽히 쓰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영어와 모국어를 뒤섞어가며 사연들을 번역해 싣는다. 정씨는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번달부터는 ‘손에 손잡고’의 영문판도 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락처:0342-756-2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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