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북녘동포돕기성금유용’ 혐의 수사 이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상임의장 이창복·전국연합)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집행위원장 서경석·우리민족) 관계자들은 말못할 고초를 겪어야 했다. 전국연합의 한 간부는 친인척으로부터도 성금을 유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어린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우리민족 사무실엔 성금을 낸 사람들로부터 항의전화가 몰려왔으며 일부 구청의 북녘동포돕기 바자회에선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 구체적 통계를 낼 순 없지만 수사 이후 성금액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들 단체는 생명과 같은 도덕성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파장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용두사미로 끝나가고 있다. 검찰은 관련자 출석요구, 압수수색 등을 실시했으나 당초 혐의점에 대해 대부분 무혐의 처리했고 경비지출의 불법여부를 계속 수사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초점도 초기 횡령부분에 맞춰졌다 기부금품모집법 위반으로 점점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검찰은 전국연합에 대해 △기관지 ‘전국연합통신’을 통해 허가없이 기부금품을 모집했고 △북에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으며 △4억원의 성금을 유용했다고 언론을 통해 유포했다. 그러나 전국연합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허가없이 모금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내무부 장관의 양해아래 주로 소속회원을 대상으로 모금을 진행했고 △97년 들어 적십자사를 통해 성금을 북에 전달했으며 △4억원은 회계총무가 관리하는 다른 통장에 잠시 입금시켰다 원상회복한 것으로 오는 10일께 옥수수 1만톤의 대금으로 지불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민족에 대해서도 검찰은 △서경석 집행위원장이 모금액중 1억3천만원을 베트남 지원사업에 썼고 △성금을 적십자사에 넘기지 않고 있으며 △상근자 식대로 2천8백만원을 사용했다고 언론에 유포했다. 그러나 우리민족은 2일 발표한 성명에서 △베트남 지원사업 건은 경찰조사 사실무근으로 확인됐고 △성금한 돈은 처음부터 옥수수를 구입해 현물로 적십자사에 전달하는 것이 방침이었으며 △상근자 식대는 2백여만원에 불과하고 2천8백만원은 63빌딩에서 있었던 옥수수죽 만찬의 행사비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확인되지 않은 혐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언론도 이에 화답, 일단 쓰고보자는 발표 저널리즘으로 사건을 과장·확대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다. 전국연합과 우리민족은 검찰이 확인도 되지 않은 혐의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이에 대해 확인과정도 거치지 않고 보도했다고 강도높게 검찰과 언론을 성토하고 있다. 언론은 이같은 성토에 대해 할말을 잃고 있다.

한 방송사 검찰출입기자는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언론사가 쓰면 확인도 없이 모두 따라가는 식의 보도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연합은 “검찰과 국가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일부 추측성보도가 나간 언론에 대해 적극적인 반론보도와 법적 판결 이후의 사후보도,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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