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는 어디로 가는가. 지난 91년 9월 전교학신문 기자들의 편집국 발령으로 야기된 세계일보 사태로 70여명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났던 세계일보에 또 다시 거센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 8일 20여명의 기자를 국장석 대기발령과 비편집국으로 인사 발령 조치 한것은 부임 이후 편집국원들과 심각한 대립 관계를 형성해온 이상회 사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은 기자들과는 ‘한배’를 탈 수 없고 신문제작에서 한 발 물러서든지 그것이 싫다면 회사를 떠나라는 최후 통첩의 성격이 짙다.

이상회 사장은 지난 5월말 김영호 당시 편집국장과 편집권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은 후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통일교내 인사들의 지원을 등에 엎고 김 국장 전격 경질-편집국장 영입-외부인사 중심의 편집국 부장단 물갈이 등 자신의 친정체제 구축작업을 벌여왔다.

그리고 8일 김 국장과 갈등을 빚을 당시 사장의 편집권 간여에 이견을 보여온 기자협회 지회장과 시사만화 화백 등을 기자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관리, 영업 조직에 인사조치했다.

사실 세계일보 내부에선 김영호 편집국장이 지난 5월 국장 취임 2개월만에 돌연 경질 되면서 이사장과 편집국원들간의 갈등이 일단락되는 것으로 이해했었다. 김국장이 논설위원실로 옮겨가는 것으로 사장과 편집국원들간에 빚어진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이번 인사는 반증하고 있다.

이로써 올초부터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벌여온 세계일보는 엉뚱하게도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형국으로 발전하면서 걷잡을수 없이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일단 8일 영업지원팀, 문화사업팀 등 으로 인사 발령된 기자들 가운데 일부는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회사측과 맞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 편집국 관계자는 “사장의 독단적인 인사를 방치할 수 없다. 세계일보의 미래를 위해서도 제발로 걸어나가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설혹 이번 인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해도 대부분의 기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감량 차원에서 일부 수긍가는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이사장의 경영 방침에 맞서 반론을 제기해온 개혁지향적 기자들이 불이익을 받은 인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반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91년 이후 노조가 사실상 와해된데다 이사장 친위체제가 구축되면서 내부의 결집력 역시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당한 기준도 제시되지 않은채 경영진의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인사가 시행되는 풍토에서 극심한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는 세계일보 구성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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