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부 게시판이 뜨겁다.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인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송현정 기자의 대통령 대담 인터뷰 논란을 다룬 내용 때문이다.

지난 19일 방송에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연출이 부족하고 시청자의 흥미도 끌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태도 논란을 일으켰고, 질문 내용 역시 보수 프레임에 갇혀버렸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사로서 실력 없음이 드러냈고, 전문적이고 권위를 인정받는 인터뷰어를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송 전부터 송현정 기자 논란을 다룬다고 하자 안팎에선 KBS가 어떤 방향으로 자사 비판을 할지 관심이 쏟아졌다. 뚜껑을 열자 KBS 내부에서도 비판 지점에 동의한다는 의견과 균형을 잃었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특히 한 보직간부는 대통령 답변을 잘 이끌어낸 “국내 최초의 라이브 대통령 대담”이라고 송현정 기자 인터뷰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인터뷰 대담의 의미에 대해 집중 평가하는 시간이 될 줄 알았지만 방송 내내 태도 논란을 다뤘다면서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KBS제작진이 송현정 기자에 경험이 부족했다고 해명한 것은 문제이고 송 기자가 인터뷰어로 선정된 과정에서 KBS 내부 의사 결정 구조 문제를 지적해주길 원했지만 방송에선 태도 논란으로 돌아가 비판하다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 균형잡힌 프로그램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담이 정말 엑설런트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분명 한계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그건 송 기자 때문이 아니다. J도 다뤘지만 KBS 책임이고 주진형 씨 말대로 ‘경영진’ 책임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태도 논란이 그렇게 중요한 팩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다른 보직 간부도 “언론을 비판한다며 질세라 쏟아내는 개인 비판과 독설뿐”이었다면서 “정말 제대로 된 언론 비평을 하고 싶었다면 마지막에서 끄적거리다만 이번 대담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한 회사의 구조적 무능을 더 신랄하게 짚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J에게 묻고 싶다. 어제 방송을 내보내고 남는 게 뭔가요? 자사 프로그램을 세게 비판해 J 프로그램 목적에 부합했다는 성취감인가요? 지지 시청층 이탈을 막았다는 안도감인가요?”라고 물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두 보직간부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댓글이 달렸지만 다른 의견도 나왔다. 한 팀장급 기자는 “시청자들이 문제제기하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온당한 진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뒤집기 위해 우리의 입장을 밀어 넣고 대담의 역사적 의의를 부러 강조했다면 원하는 효과를 거뒀을까”라고 반박했다.

그는 “J가 사내에서 불편해하는 이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마찬가지로 역효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한다”며 “J가 적당한 온도로 잘 정리했다고 본다. 이렇게 스스로 매듭짓지 못하고선 이 바람을 지나날 수 없다”고 했다.

내부 게시판 논쟁은 공식회의 안건으로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전 KBS 본부장 회의에서 저널리즘 J 방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송현정 기자 논란으로 촉발돼 자사 비판을 했던 방송을 두고 내부 갈등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갈등 국면을 풀어가는 건강한 논쟁이라는 내부 의견도 있다.

KBS 한 기자는 “보직간부들의 게시글이 KBS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우선 자사 기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성 여론에 보호하자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면서 “비평 내용에 여러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태도논란에 동의하지 않지만 충분히 비평과 평가 지점이 있다. 건강한 논쟁을 통한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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