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참전자회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상영에 물리적 저지행동을 예고했다. 상영 주최측인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중심으로 한 상영 원칙을 다시 확인한다”며 계획대로 상영한다고 밝혔다.

인천인권영화제는 오는 22일 저녁 인천 주안동 ‘영화공간 주안’에서 퐁니·퐁넛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의 전쟁(이길보라 감독)’을 상영할 예정이다. 퐁니·퐁넛 학살 사건은 1968년 2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퐁넛 마을에서 민간인 70여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에 따르면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는 21일 오전 조직위에 공문을 보내 해당 영화 상영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참전자회는 공문에 “(영화가) 참전자의 명예를 폄훼한다”며 “(상영을 막기 위해) 물리적 저지를 불사할 계획이며 이로 발생할 불상사는 조직위에서 전적으로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씨 등이 지난달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퐁니·퐁넛마을 학살과 하미마을 학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시민평화법정
▲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씨 등이 지난달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퐁니·퐁넛마을 학살과 하미마을 학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시민평화법정

이후 참전자회는 단체 소속 20~30명이 해당 영화를 단체관람하고, 직후 이어지는 대화시간에 이야기할 시간을 따로 마련해달라고 경찰을 통해 조직위에 전달했다. 참전자회는 해당 극장 앞에 22일 오후 4시30분부터 상영 종료시까지 200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한 상태다.

이에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는 입장문을 내고 “표현의 자유와 인권 가치를 지키는 활동에 어떤 물리적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상영을 일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영화제가 ‘기억의 전쟁’을 상영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과 같이 다른 기억과 역사가 현재 어떻게 진행 중인지, 무엇을 성찰할지 고민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참전자회가 상영을 방해할 목적이 아니라면 다른 관객과 마찬가지로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다만 참전자회를 위한 시간을 배치할 수는 없으며, 의도적 방해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조직위는 “경찰이 상영관에 사복경찰을 배치할지 물어왔지만, 상영 환경에 긴장을 유발할 수 있어 원하지 않는다. 다만 경찰은 참전자회가 상영과 대화의 시간에 방해해선 안 됨을 분명히 알려야 하며, 방해행위를 하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 ‘기억의 전쟁’은 인천 주안동 ‘영화공간 주안’에서 저녁 7시30분 무료상영한다. 

▲ 사진=인천인권영화제 제공
▲ 사진=인천인권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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