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의 하루는 커뮤니티부터 시작된다
사회부 기자의 하루는 커뮤니티부터 시작된다
기자들 “자연스레 변화한 취재 환경, 커뮤니티도 제보 기능”… “정확한 확인 후 보도해야”

“집시표(일일 집회 행사 일정표) 챙기기. 출입 경찰서 인터넷에 검색하기. 담당 경찰서 부서 돌며 사건 사고 확인하기. 제보 메일 체크. 그리고 필수 취재 코스가 돼버린 커뮤니티 살피기. 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요. 발제 준비를 위한 제 일과예요. 이제 커뮤니티는 시민들의 공공연한 제보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사 소속 A기자)

“발제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커뮤니티도 꼼꼼하게 보고 있죠. 발로 뛰는 것도 좋은데 뛰어도 잘 안 나오니까. 옛날에나 경찰한테 사건 받고 그랬지 지금은 정말 흔치 않죠. 누가 맞았다, 사고 났다 등 발생 사건도 의미 있지만 편집국에서도 그런 기사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달라요. 커뮤니티, 찌라시 확인은 필수가 돼버렸죠.”(종합일간지 소속 B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단독 기사도 몇 번 썼어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서 관할 구역을 검색해요. 경찰서, 경찰, 비리 등으로 검색한 후 이야기될 만한 게 나오면 타사 기자들이 이 사안을 먼저 썼나 안 썼나 봐요. 기사가 없다면 제보자를 접촉하고, 제보자에게 내부 정보 등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통신사 소속 C기자)

커뮤니티 글과 찌라시를 확인해 사실이면 뉴스가 되는 시대가 됐다. 각 언론사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은 아침에 집회·시위표를 보고 일정을 확인한다. 자신이 맡은 경찰서 부서를 돌면서 기사 거리가 없는지 살핀다.

몇 년 전부터 필수 코스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커뮤니티 돌아보기다. 방송사 소속 D기자는 “보배드림, 디씨인사이드, 뽐뿌, 클리앙, 네이트판 등 커뮤니티를 살피는 것도 취재 일정 중 하나죠. 일부러 이걸 위해 시간을 특별히 할애하지는 않고요. 그냥 습관이에요. 요즘 오유(커뮤니티 ‘오늘의유머’)는 잘 안 봐요. 청와대 국민청원도 주기적으로 체크하죠”라고 말했다.

사건팀 기자들은 자기 관할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챙기기도 한다. 이때 기자들은 트위터를 이용한다. ‘불났’이라고 트위터에 검색하면 언제, 어디서 불이 났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누리꾼들은 언론사에 직접 화재 사고를 제보하기보다 119에 신고한 후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린다.

실제로 ‘버닝썬’과 ‘곰탕집 성추행’ 사건 등은 중고차 판매 사이트인 ‘보배드림’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기사화됐다. 지난해 유명인이 숨졌다는 소식도 기자들은 사고 시간과 비슷한 시간대에 경찰 지구대 선에서 유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찌라시를 통해 사실 확인을 한 후 기사화할 수 있었다. 화재나 태풍, 장마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검색해 영상을 받기도 한다.

사회부 기자들이 커뮤니티를 살피는 건 수년 전부터다. 기자들은 이런 취재 방식에 여러 관점으로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장점으로 △새롭고 접근이 편한 시민의 제보 공간이라는 점 △많은 정보가 있다는 점 △기사화했을 때 관심이 집중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온라인뉴스팀이나 군소 매체에서 정확한 확인 없이 트래픽 유발 기사로 다뤄진다는 점 △‘갑론을박’으로 여론이 분열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기자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송사 소속 E기자는 “바뀐 취재 환경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중한 정보를 얻어 좋은 기사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커뮤니티나 찌라시 취재를 변두리 취재 방식으로 치부할 때는 아니다”고 밝혔다. 통신사 소속 C기자는 “커뮤니티 글과 찌라시는 하나의 제보로 기능을 한다. 당연히 기자들이 챙겨야 한다. 1인 매체,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확인 후 보도가 이뤄져야 한다. 사회부 기자들은 커뮤니티 글과 찌라시 소식을 기사화하기 위해선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게시자를 직접 만나고 반론을 꼭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부 기자들이 이처럼 확인 취재를 당부하는 이유는 확인 절차 없이 보도하는 언론사의 ‘온라인뉴스부’와 군소 인터넷 매체에 있다.

종합일간지 소속 B기자는 “클릭 수를 중요하게 생각해 확인하지 않고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꼭 사고가 난다. 최소한의 확인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소속 E기자는 “인터넷 매체에서 확인 없이 보도한 기사가 아이러니하게도 포털에서 ‘사회 분야’ 많이 본 뉴스에 오른다. 부장은 꼭 확인해보라고 한다. ‘갑론을박’식의 인터넷 기사가 올라오면 진흙탕 여론이 되고 사회부 기자들이 그걸 확인하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사회부 기자들은 ‘대림동 경찰 제압’ 사건을 예로 들었다. 정확한 확인 없이 ‘갑론을박’, ‘논란’ 등의 단어를 붙여 누리꾼 반응이 엇갈린다고 보도하거나 양비론으로 다뤄, ‘여성 혐오’, ‘여경 무용론’ 등 본질과 동떨어진 여론이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대중 판단에 맡기는 식으로 보도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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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5-22 15:37:09
결국, 쉬운 기사만 쓰겠다는 것인가. 탐사보도, 기획기사, 기업 부정/부패기사는 손도 못 댄다는 이야기네. 클릭 수 많이 나오는 남녀기사, 혐오기사, 선동기사, 3s 기사. 진정 그대들의 심장이 기자라고 말하는가.